공정거래위원회가 퇴직 예정자들을 대기업의 억대 연봉 자리에 재취업시키는 관행이 조직 차원에서 이뤄져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세종시의 공정위 사무실을 압수수색해서 확보한 문건들에는 퇴직자 재취업이 ‘운영지원과장―사무처장―부위원장―위원장’ 보고 라인을 거쳐 승인됐음을 보여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또한 공정위가 간부 수십 명의 ‘재취업 리스트’를 만들어 대기업에 취업 알선을 한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공정한 룰 지킴이를 자임하며 기업들을 상대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온 공정위가 뒤에서는 기업을 겁박해 ‘밥그릇’을 챙겨왔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권력기관의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후 3년간은 퇴직 전 5년간 맡았던 업무와 관련된 곳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정년을 앞둔 간부를 기업 업무에서 미리 빼주고, 기업 인사담당 임원들을 불러 법 위반 논란을 피할 수 있는 기업을 골라 연결해 줬다는 게 검찰이 파악한 내용이다. 고문 등 없는 자리를 새로 만들어서 취업시키는가 하면, 퇴직자들끼리 이를 대물림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는 스포츠에 비유하면 게임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심판과 같다. 그런데 심판이 규칙의 빈틈을 교묘히 이용해 자기 이익을 챙기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에는 그런 취업 알선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지만, 형태를 바꾼 또 다른 은밀한 잇속 챙기기나 갑질은 없는지 들여다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