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쇠 당긴 G2 무역전쟁]세계경제 ‘보호무역의 늪’ 조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등 우방에까지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어 세계 경제는 전례 없는 보호무역주의의 늪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제2의 대공황 우려”
세계적 석학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6일 일본 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제2의 대공황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스무트 홀리 관세법이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대공황을 야기했고,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30년 당시 미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2만여 개의 수입품에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하는 스무트 홀리 관세법을 발동했고 세계 경제는 대공황으로 빠져들었다.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교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1930년 대공황을 악화시킨 관세 이후 최대 규모”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일본과의 관세 전쟁, 1990년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유럽과의 농산물 무역전쟁과는 강도나 기간 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존 노먼드 JP모건자산운용 수석전략가는 “미국이 모든 수입 품목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전 세계가 같은 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1, 2년 새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1.4%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 전쟁의 본질은 미중 패권 경쟁
미국은 이날 340억 달러를 시작으로 총 500억 달러 규모의 1102개 중국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이 제품들은 모두 중국이 이른바 ‘중국제조 2025’ 계획을 통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항공우주, 정보통신, 로봇공학, 신소재 등 차세대 첨단 기술 제품들이다. 미국은 이런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 진행되는 중국의 ‘굴기’를 막아 미국이 굳건히 지켜온 세계 1위 국가의 지위를 중국이 넘보지 못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에서 생산되는 주요 농산품 등을 겨냥하면서 미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상무부는 6일 밤 “미국이 중국에 관세 부과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고 밝혔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세계 무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미국을 비난했다.
다만 미중 양국 모두 전면전이 장기화할 경우 큰 상처를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지금까지 발표된 관세 부과 계획이 실행될 경우 미국의 GDP는 내년 말까지 0.3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도 미국 관세 장벽 때문에 성장률이 연간 0.3%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한국,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피해 볼 것”
또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중이 확전에 나설 경우 연간 전 세계 교역액의 10%가 넘는 2조 달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당장 수출전선으로 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2017년 기준 한국의 대중 수출 중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8.9%에 이른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한 제품으로 중국이 완제품을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중국의 해외 수출이 감소하면 한국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매출의 30%를 중국 스마트폰 업체 납품으로 벌어들이는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중국 완제품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부품 수요도 감소해 국내 납품업체들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경제연구센터장은 “무역전쟁으로 기업의 불안이 확산되면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교역량이 감소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신동진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