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 내놓지만 대부분 단기적 성과를 추구하고 취업 주거 출산 지표 개선되지 않아 꿈과 의지 없고 고된 일 기피한다는 ‘꼰대적 관점’부터 버려야 개선 가능
김석호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독취사’ 외에도 ‘취뽀(취업뽀개기)’, ‘닥취(닥치고 취업)’ 등 취업준비생들이 대거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다수 존재한다.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 공급을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청년들은 스스로 만든 공간에서 희망을 찾는다.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2014년 10%를 넘긴 이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취업포기자의 비율도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 청년이 직면한 현실은 이들의 라이프스타일도 변화시켰다. ‘욜로’ ‘탕진잼’ ‘소확행’ 등 당장의 만족을 중시하는 삶이 대세다. 잘 노는 듯 보이는 청년의 삶도 따지고 보면 장기적 미래를 꿈꿀 수 없는 현실을 간파하여 선택한 생존 방식이다. 이래저래 청년의 삶은 괴롭다.
첫째, 정부의 청년 정책은 대부분 취업과 주거 문제에 집중해 단기적 성과를 추구한다. 취업과 주거 정책을 저출산 정책과 청년 정책 등 여러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보여주기에 급급한 정책들일 가능성이 높다. 일자리 수를 늘리고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 골몰하면서 정작 청년이 바라는 삶에 대한 고려는 뒷전이다. 변화하는 청년세대의 문화적 문법에서 보았을 때, 장기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꿈을 가다듬고 역량을 배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일이다. 시간 확보를 위해 기본소득과 같은 직접적 지원의 강화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둘째, 청년세대 내 경제적 격차와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한 정책도 아쉽다. 정부의 정책은 대개 평균적 청년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집단 내 격차나 다양성을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다. 신뢰할 만한 자료의 구축이나 심층적인 연구도 드물다.
자료와 연구를 근거로 어떤 특성을 가진 집단이 정책의 수혜자가 될 것이며 기대효과는 무엇인지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 청년의 마음, 가치관, 여가, 경제활동, 그리고 생애전략과 같은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노동시장 상황과 결부시켜 이해해야 한다.
셋째, 청년 문제를 다루는 전담 조직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 청년 문제를 조정하고 총괄하는 기구가 없어 부처들이 내놓은 정책 간 중복이 심하며, 이 때문에 정책의 사각지대가 생긴다. 중앙과 지방이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체계도 필요하다. 현재 정부의 청년 정책에는 지역적 관점이 배제되어 있다. 지역 고유의 상황과 특성을 반영한 정책을 통해 지역 청년을 고향에 머물도록 하고 수도권에 몰린 청년을 지역으로 유인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년의 문제를 특정 세대의 문제로 바라보는 ‘꼰대적 관점’을 거두어야 한다. 청년이 겪는 어려움은 사실 그들의 부모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대물림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세대의 특성이 아니라 사회와 부모 세대가 제공하는 자원의 결핍에 청년 문제의 근본 원인이 있다.
이제 요즘 젊은이들은 꿈과 의지가 없다거나 고된 일을 기피한다는 꼰대의 언어로 애꿎은 청년에게 상처 주지 말자. 독해져야 원하는 일자리를 겨우 얻을 수 있는 척박한 현실을 만든 건 바로 우리 꼰대들이다.
김석호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