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장에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형법학자 유기천 교수같이 지성과 용기에서 모두 존경받는 분들이 없지 않았으나 유신과 5공 시절을 거치면서 그 위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민주화 이후에도 총장의 위상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1991년부터 총장 직선제가 도입되면서 학문적 깊이와 열정보다는 ‘마당발’로 총장이 되는 일이 종종 빚어졌다. 총장 이력을 바탕으로 국무총리가 되고 더 높은 자리를 기웃거린 경우도 나타났다.
▷대학 총장에게는 ‘지성의 대표자’라는 역할 외에도 최고경영자(CEO) 역할이 있다. 영국은 대학 총장 자리를 이원화해 챈슬러(Chancellor)를 두고 그 밑에 바이스 챈슬러(Vice Chancellor) 겸 프레지던트(President)를 둔다. 챈슬러는 대학교에 상주하지 않는 명예총장으로 지성을 대표하고 프레지던트가 실질적 총장이다. 미국은 대학 총장 자리를 대체로 일원화해 프레지던트라고 부르고 CEO 역할을 점차 중시해 왔다. 동양은 좀 달라서 일본 도쿄대는 총장을 대학의 관리책임자로 보지 않고 ‘지성의 전당’의 상징으로 본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