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베스트닥터 <9> 피부암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오른쪽)가 피부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피부암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자외선이기 때문에 외출할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게 좋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피부암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크게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흑색종으로 나눈다. 전체 피부암의 50∼60%를 차지하는 기저세포암은 치료가 쉽고 전이도 거의 없다. 편평세포암은 더러 전이가 일어나지만 치료가 아주 어렵지는 않다. 문제는 흑색종이다. 흑색종은 악성 암 중 하나다. 전이도 잘 일어나고 치료도 어렵다.
일찍 발견하는 게 최선이다. △검은 점이 새로 생겼거나 △이미 있던 점의 모양새나 크기가 변하거나 △점에서 통증이 느껴질 경우 지체 없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한국인에게는 흑색종이 손발, 손발톱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이 부위를 면밀하게 관찰하는 게 좋다.
조직 검사를 통해 암을 확진하면 해당 부위를 들어내는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가 광역절제술. 암에 걸린 부위 주변을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방법이다. 수술 시간이 짧은 게 장점이지만 절개 부위가 크기 때문에 흉터가 커지고 복잡한 피부 이식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둘째는 모즈수술. 이 기법을 개발한 미국 외과 의사 모즈의 이름을 땄다. 피부암이 있는 부위의 조직 검사를 먼저 시행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여러 차례에 걸쳐 수술 부위를 단계적으로 넓히는 방법이다. 암을 완전히 제거하기엔 좋지만 조직 검사와 수술을 반복 시행함으로써 치료 시간이 길어지는 단점이 있다.
▼수도권 피부암 베스트닥터 3인▼
○ 국내 피부암 1세대 베스트닥터
정 교수의 명성을 듣고 진료를 받기 위해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려온다. 환자 중에는 다른 병원에서 피부암 진단을 받은 이도 적지 않다. 또 상당수가 이미 암이 꽤 진행됐거나 재발한 사례다. 이 때문에 정 교수는 혹시라도 남아있는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모즈수술을 주로 시행한다.
사실 이 모즈수술을 국내에 소개하고 정착시킨 의사가 정 교수다. 정 교수는 이 기법을 국내 젊은 피부과 의사들에게 전파했다. 나아가 대만, 필리핀, 태국 등에도 전수했다. 미국외과학회도 정 교수의 실력을 인정해 의료 수준이 떨어지는 지역 의사들을 교육하는 ‘국제 멘토’로 임명했다. 정 교수는 수술을 안전하게 시행하기 위해 국내 처음으로 피부과에 의료 선진국 수준의 외래 수술실을 만들기도 했다.
○ 대학병원 내 모즈클리닉 처음 열어
1999, 2000년에는 미국에서 모즈수술을 집중적으로 배웠다. 이미 그 전에 정기양 교수가 모즈수술을 시작했지만 미국 모즈학회가 인정한 기관에서 공식 연수를 받고 관련 논문을 처음으로 발표한 의사는 김 교수다. 또한 1년 4개월의 연수를 끝내고 귀국한 후 대학병원 안에 모즈클리닉을 처음으로 열었다. 미국 연수를 끝내고 돌아온 2001년부터 지금까지 600여 건의 수술을 했다. 김 교수 또한 수술의 90% 이상을 모즈수술로 시행한다.
악성 흑색종 수술과 관련해 김 교수는 여러 분야에서 기술 진보를 이뤄냈다. 손톱 주변에 발생한 흑색종 초기일 경우 손가락을 절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절단하지 않고 피부이식술로 치료했다. 또한 손발의 멜라닌 세포가 장기간 증식하면 흑색종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임상적으로 확인했다. 김 교수는 대한피부암학회와 대한피부외과학회 회장을 지내면서 대국민 홍보 활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 환자와 수술 시나리오 공유하는 의사
허 교수는 모즈수술을 주로 하는 두 교수와 달리 광역 절제술을 주로 한다. 신속한 수술을 위해서다. 암 덩어리를 들어낸 후 피부 재건을 동시에 시행한다. 이 피부 재건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쓴다. 수술 시나리오 2, 3개를 만들어놓은 후 환자에게 수술 동의서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직접 수술 예상 그림을 그려가며 환자에게 설명한다. 그 덕분에 환자의 95% 이상이 수술 후 결과에 만족한다고 한다. 허 교수는 2016년에는 피부외과학회에서 ‘최고의 외과의사’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1년경에는 TV 지역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중 출연자의 얼굴을 보고는 피부암에 걸린 사실을 밝혀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사실을 지역 방송국을 통해 접한 환자는 곧바로 김 교수를 찾아와 치료를 받고 완치 판정을 받았다.
▼非수도권 피부암 베스트닥터 3인▼
○ 흑색종 치료의 대가
전이성 흑색종의 경우 효과적인 치료법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해당 부위에 연고를 바르거나 방사선 치료를 한다. 혹은 정맥 주사를 투입하지만 부작용 때문에 널리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정맥 주사를 공격적으로 투입하는 치료법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2명의 전이성 흑색종 환자를 상대로 이 치료법을 적용한 상태. 아직까지는 치료 결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대한피부암학회, 대한피부병리학회, 대한피부연구학회의 이사로 활동 중이다. 또 지난해에는 대한미용피부외과학회장에 선출됐다.
○ 한국인 흑색종 원인 처음 분석
윤 교수도 광역 절제술을 주로 시행한다. 하지만 암 세포가 더 깊숙이 침투하면 모즈수술 기법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윤 교수가 직접 환자의 조직검사를 시행하고 슬라이드를 분석한다.
서양인과 달리 한국인은 손·발바닥이나 손·발톱에 주로 흑색종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자외선이 원인이 아니라 만성적인 자극이나 외상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이는 한국인 흑색종의 임상적 특징을 처음으로 분석한 사례다. 한국인 흑색종 환자 202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낸 것도 윤 교수의 업적으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국내에 124편, 국제학술지에 98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국제적 피부암 관련 서적을 세계적인 피부암 대가들과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대한피부암학회 학술이사로 학술프로그램, 공동연구 등을 주도하고 있다.
○ 비(非)수도권 모즈수술 리드하는 의사
비수도권 베스트닥터들이 대부분 광역 절제술을 시행하는 데 반해 김 교수는 모즈수술을 주로 한다. 지금까지 환자의 95% 이상을 모즈수술 방식으로 수술했다. 사실 부산대병원은 다른 지방병원에 비해 일찍이 모즈수술을 도입했다. 이 덕분에 2013년 1월에 이미 모즈수술 1000건을 돌파했고 지금은 2500건에 육박하고 있다. 주로 수술하는 부위는 다른 베스트닥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외선에 가장 잘 노출되는 얼굴 부위 수술이 많다. 그중에서도 코 부위 수술이 많다. 얼굴 외에는 두피 부위 암 수술을 많이 하는 편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