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까talk]일상어가 된 혐오 언어
혐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선을 긋는 데서 출발한다. 6월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난민법과 무사증 폐지 촉구대회’ 참가자의 모습. 동아일보DB
혐오의 시대별 용법을 살피기 위해 1920년부터 현재까지 98년간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혐오’란 표현을 분석했다. 1960년대 이전, 혐오는 대개 연재소설, 문학작품을 다룬 기사, 이념 갈등을 다룬 외신에 등장했다. 일상어와 거리가 먼 어려운 말이었다.
1970년대에는 ‘타인에게 불안감 및 혐오감을 주는 행위’ 등 경범죄와 연관되거나 베트남전 등 전쟁 문제에 주로 쓰였다. 1980년대 컬러 TV 상용화와 올림픽 개최를 거치며 ‘혐오’는 방송심의, 외설적 콘텐츠, 식품과 자주 연결됐다. 1990년대 도시화와 환경문제 대두로 ‘혐오 시설’ ‘혐오 환경’ 같은 말이 자주 쓰였다. 홈비디오 보급으로 공포물, 성인물에 대한 리뷰에도 자주 등장했다. 2000년대까지 비슷한 양상을 이어간 혐오의 용법은 2010년대, 최근에 이를수록 세대, 동성애, 난민부터 길고양이와 무슬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면서도 빈번하게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었다.
혐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선을 긋는 데서 출발한다. 종교 혐오 문제를 다룬 책 ‘우리는 왜 이슬람을 혐오할까?’ 표지 그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일부는 혐오가 충돌하는 장이 됐다. ‘극혐’이란 단어도 취향을 드러내는 말로 쓰일 정도가 됐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혐오 감정을 갖고 있되 공개하기 부끄러워했던 이들조차 혐오를 노출하고 공유하면서 ‘혐오의 연대’가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근래 젊은층에서 인기가 높은 힙합에서는 래퍼 블랙넛과 나플라의 가사가 여성혐오적 구절을 포함해 논란이 됐다. 흑인음악 미디어 ‘리드머’의 강일권 편집장은 “직설적 표현과 혐오는 엄연히 다르다”며 “해외에서는 혐오 표현에 대한 자성 움직임이 근래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명 래퍼들을 모델로 기용한 대기업에서 광고 보이콧 움직임이 뚜렷한데,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페미니스트임을 드러내는 이들에게 이런 보이콧이 행사되는 것이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신광영 교수는 “혐오 과잉은 소모적 논쟁으로 비화돼 갈등과 불신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초중고교 때부터 사회적 이슈를 정확히 이해하고 분석적 사고를 기르는 교육과정을 두는 등 일종의 시민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희윤 imi@donga.com·박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