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확전]美中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한국
수출과 함께 경제의 또 다른 축인 내수는 이미 고용 악화, 투자 부진, 소비 위축 등으로 성장동력이 꺼져가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미국발 금리인상, 중동발 국제유가 상승 등 한국경제의 항해를 막을 암초가 곳곳에 널려 있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시계제로’의 한국경제
내수 엔진이 꺼져가는 상황에서 수출은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수출증가율이 15.8%에 달했다. 상반기(1∼6월)에는 6.6%로 증가세가 주춤해졌지만 그래도 3∼6월 4개월 연속 500억 달러 수출의 기록을 세웠다.
내우외환의 우려에 제조업 경기 전망도 싸늘하게 식기 시작했다. 8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59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3분기(7∼9월) 시황 전망이 96, 매출 전망은 99로 각각 전 분기 대비 6포인트 하락했다. 이 수치가 100 미만이면 전 분기보다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기업들이 더 많다는 의미다.
○ 유가 환율 금리…하반기도 첩첩산중
기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에 유가상승은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 투자 축소, 가계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처럼 거대한 파도가 한국경제를 덮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안일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중 무역전쟁이 단기적으로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을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은 정부 출범 1년이 지나도록 한 발도 못 뗀 상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변수를 상쇄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비용부담을 낮춰주고 규제를 합리화하는 등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