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구보키
별다른 증상이 없던 환자가 갑작스럽게 숨지는 미스터리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인 2016년경. 그해 9월 14일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橫濱)시 오구치(大口) 병원에 입원한 야마키 씨(88)는 입원 6일 만인 20일 숨진 채 발견됐다. 환자에게 연결됐던 링거병을 살피던 한 간호사는 링거액에 평소보다 거품이 많다는 점을 발견했다. 병원 측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주로 노인들을 위한 요양병원이라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다만 7월부터 불과 석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4층 입원병동에서만 무려 48명이 사망하다 보니 뭔가 이상했다. 하루 5명이 숨을 거둔 날도 있었다. 간호사복이 갈기갈기 찢어진 채 발견되거나 음료수에 이물질이 섞인 사실이 발견되기도 했다.
2명에게 사용된 링거액은 2016년 9월 17일 오전 10시경 1층 제약부에서 4층 간호스테이션에 운반됐다. 경찰은 누군가가 링거에 주사기로 소독액을 넣어 자행한 연쇄 살인 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지만 범인을 특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당시 병원 안에는 방범카메라도 없었다.
야마키 씨 사망으로부터 1년 10개월이 지난 이달 7일, 가나가와현 경찰은 사건 발생 당시 수간호사였던 구보키 아유미(久保木愛弓·31)를 전격 체포했다. 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구보키는 2016년 9월 18일 링거를 통해 계면활성제 성분의 소독액을 투여해 80대 입원환자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결정적인 증거는 간호사복에서 나왔다. 당시 4층을 담당한 모든 간호사의 간호사복을 조사한 결과 구보키의 옷에서만 주머니 부근에서 계면활성제 성분이 나왔다. 또 소독액을 투여한 날로 특정된 9월 18일은 용의자 구보키가 야간당번이었다.
경찰이 6월 말부터 구보키에게 임의 청취를 한 결과 둘째 날부터 관여를 인정했다. 또 체포 직전 임의 조사에서는 “내가 한 일을 죽어서 갚고 싶다. 사형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구보키는 범행 동기에 대해 “환자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는 것을 보기 싫었고, 내가 없는 사이 사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망자 유족에게 설명하는 것도 귀찮고 힘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보키는 피해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한다. 뒤늦게 이뤄진 용의자 체포에 대해 한 피해자의 부인은 “왜 남편이 대상이 됐는지, 누구라도 좋았다는 건지 진실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오구치 병원은 사건 이후 2016년 말 입원병동을 폐쇄하고 외래진료만을 계속하다가 2017년 12월 병원 이름을 바꾸고 올 2월부터 입원환자도 받기 시작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