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체험하는 여름휴가 어떠세요?’
●블루베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채향원
“6·25부터 8·15까지는 정신없죠.”
3일 강원 화천군 농장에서 만난 채향원㈜ 김응수 대표(61)는 “6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블루베리 수확 시기라 하루종일 농장에 산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9000여 ㎡ 규모의 땅에 블루베리 농장과 공장을 세워 국내 최대 규모의 블루베리와 와인, 식초, 소금, 잼, 주스를 생산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블루베리를 먹고 문화를 즐기는 유럽형 관광농원을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채향원의 블루베리는 국내 최고 품질로 평가 받는다. 일교차가 큰 화천 지역은 낮에 덥고 밤에 추운 곳에서 잘 자라는 북방작물인 블루베리를 키우는 데 최적지다.
김 대표가 블루베리에 매료된 건 한 대학 정보미디어학부 교수로 재직하던 20여 년 전 러시아에서였다. 학술대회 참석 차 들른 이 곳에서 맛 본 블루베리는 일품이었다. 그는 블루베리를 한국에서 재배하기로 결심하고 교수 생활 틈틈이 러시아, 독일 등에서 블루베리를 조사했다. 2005년에는 아예 화천에 땅을 구입해 농장을 꾸몄다. 마침내 2년 전부터는 대학교수직을 그만 두고 농장 일에 전념하고 있다. 노후를 블루베리와 함께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강원도는 한 여름에 40도까지 올라가지만 저녁에는 점퍼를 입어야할 정도로 선선하죠. 블루베리는 200종이 넘는데 그 중 50종을 들여와 모두 심어봤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한국 지형에 맞는 10종을 찾아냈죠.”
김 대표는 블루베리를 ‘기다리는 과일’이라고 소개했다. 블루베리를 심은 뒤 확실히 뿌리내리는 3년이 지날 때까지 수확하지 않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 그는 지역 주민에게 블루베리를 알리고 보급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김 대표는 요즘 블루베리 와인과 식초 등 가공산업에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블루베리 식초는 군내가 나지 않는 향기로운 식초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블루베리 식초 음료는 대만 등 해외에도 수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식초를 희석시킨 음료도 선보일 계획이다. 채향원의 천연식초와 와인 만들기 체험 중에는 발효학 강의도 진행된다.
김 대표는 블루베리 관광농원으로 꾸미기 위해 조만간 베이커리 카페도 문을 열 예정이다. 식빵 속에 블루베리 잼이 들어간 제품을 소량만 만들어 예약 주문 판매할 계획이다. “블루베리를 직접 수확하고 좋은 음악을 들으며 힐링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행복한 세상을 느끼는 먹거리 문화를 만들어봐야죠.”
●복숭아 향기 가득한 풍원농원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 풍원농원은 요즘 복숭아 향기로 가득하다. 이달 20일부터 10월 초까지 수확을 앞두고 복숭아가 익어가고 있어서다.
풍원농원은 풀을 키워 거름으로 사용하는 초생 재배를 하고 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이다. 정승옥 대표는 “땅을 살리려는 마음으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그렇게 재배한 복숭아는 탄력이 있고 단맛도 좋다는 반응이다”라고 설명했다.
풍원농원에선 복숭아 말랭이, 잼(무설탕)은 물론 아로니아, 쌀 조청도 제조해 판매한다. 정 대표는 “이천에서 유명한 쌀 등을 이용한 가공식품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농원 자체적으로 주말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선별적으로 수용한다. 수확을 앞둔 복숭아를 만지다 상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정 대표는 “복숭아와 관련한 사연이 있는 가족이나 장애인들을 우선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딸도 지적 장애인이지만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내년에 농장 주변에 카페를 열 예정”이라며 “소외된 이들이 농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배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풍원농원에서 30분 거리인 와우목장에서 목장체험도 즐겨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송아지 우유주기, 치즈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다.
화천=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