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상안 확정후 현장에선
○ 중개업소 “큰 폭의 가격 하락도 없을 것”
현장 중개업소들은 이번 종부세 인상안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D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값이 오르든 내리든 시장이 움직이려면 거래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매물도 없고, 사려는 사람도 없다. 연말까지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종부세 인상에 따라 다주택을 정리하고 소위 ‘똘똘한 한 채’만 보유하려는 수요도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안공인중개사사무소 이수현 대표는 “서울 강북에 6억 원짜리 아파트를 2채 가진 사람들이 종부세 공제가 가능한 선에서 강남의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문의가 종종 있지만 아직 거래가 성사된 건 없다”고 전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를 신설해도 집값이 올랐다. 서울 강남은 수요가 끊이지 않아 ‘결국 오른다’는 믿음이 주택 보유자들 사이에 강한 상황”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강화해 다주택자들의 퇴로를 막은 만큼 거래세 인하 등으로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현 정부 핵심 경제 라인은 지난해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보유세와 거래세 간의 적절한 조합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 2003년엔 ‘태풍’ 2005년은 ‘미풍’
종부세가 주택시장에 영향을 준 것은 크게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3년 10·29부동산대책과 2005년 8·31대책 등 두 차례가 꼽힌다. 10·29대책 때는 정부가 “2005년부터 종부세를 신설해 과세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8·31대책 때는 과세 대상 주택 공시가격을 9억 원 초과에서 6억 원 초과로 낮추는 등 종부세 대상자 수를 늘렸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하지만 다시 집값이 오르며 종부세 강화를 꺼내 든 2005년 8·31대책 때는 2개월가량의 소폭 하락 뒤 곧이어 상승세가 이어졌다. 종부세 강화가 종부세 도입 선언만큼의 충격을 주지는 못했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종부세 인상이 어느 정도 가격 억제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종부세 세율은 내년부터 오르지만 이미 부동산 공시가격을 크게 올린 상황이라 올해 부과되는 세액부터 주택 보유자들이 세금 인상 효과를 느낄 것”이라며 “국내외 금리 인상과 보유세 강화가 맞물릴 경우 주택시장이 일정 기간 침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주애진 기자
최영권 인턴기자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