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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 표적으로 경제 다 태우려 해”

입력 | 2018-07-10 03:00:00

전문가들, 공정거래법 개편안 우려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 강화… 금융사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지분매각 압박으로 기업 옥죄기,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과다 규제… 정부가 해외투자 떠미는 꼴”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가 내놓은 공정거래법 개편 방안을 두고 재계가 고민에 빠졌다. 특히 대기업 내부거래를 제한하기 위한 ‘사익편취 규제 적용 대상 확대 방안’과 경영권 승계 규제 목적의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방안’에 대해선 전문가들조차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규제”라고 지적한다. “삼성, 현대를 표적으로 경제계 전체를 다 태우려 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 해외서도 보기 힘든 규제로 재계 압박

9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들은 특위의 개편안이 상당 부분 정부안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사익편취 규제’의 대상이 되는 상장사의 적용 기준을 총수 일가 지분 30%에서 20%로 낮추는 방안과 금융·보험사 및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이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특위 권고안을 준수하기 위해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향후 투기 자본의 공격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부 기업을 타깃으로 삼기 위해 규제를 악용하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총수 일가가 29.9%의 지분을 가진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삼성물산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을 규제하기 위해 모든 내부거래와 공익법인을 옥죄려 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에서 그룹 내부거래를 제한하는 취지는 총수 일가의 부를 위해 부당하게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경쟁을 제한하거나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막는 것이다. 하지만 부당성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 지분 요건에만 해당하면 내부거래 자체가 위법이 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016년 한국경제연구원이 15대 그룹을 분석한 결과 사익편취 규제 적용 대상 기업의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비규제 기업보다 더 낮고, 규제 대상 기업에 일감을 주는 비중이 높을수록 기업 성과가 높아졌다는 결론이 나오기도 했다. 규제의 취지와 정반대의 경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쟁제한 행위를 사후적으로 규제할 수 있음에도 모든 내부 거래를 규제하는 과다 규제”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특위 권고안은 부당성 기준에 대한 개선안 없이 지분 요건만 강화했다. 결국 경쟁당국이 일부 기업을 규제하기 위해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규제를 더 강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회사나 산업에 이익이 되는 내부거래나 투자까지 막는 꼴”이라며 “기업 총수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 투자하게끔 정부가 떠미는 격”이라고 말했다.

○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경영권 위협 우려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도 마찬가지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공익법인 보유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이 없을뿐더러 경영권 방어 장치인 차등의결권까지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혜택을 주면서 공익법인 설립을 유도해 기업의 사회 환원을 늘리자는 취지다. 스웨덴 최대 기업집단인 발렌베리 가문은 공익법인을 통해 5대째 기업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의결권을 제한하고 오히려 기업의 공익법인 설립 의지를 꺾는 정반대의 양상으로 가고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의결권 제한은 부당한 재산권 침해일뿐더러 대기업 자본의 국내 재투자를 막고 경영권 위협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광 김앤장 공인회계사는 “공익법인의 주식 보유 한도를 오히려 늘리고 경영권 승계의 길을 터줘 공익사업 확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