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협상 난기류] 폼페이오 방북, 견해차만 확인… 대화 모멘텀 급속 냉각 우려 문재인 대통령 운전석론 다시 주목… 정부 “일단 긴 호흡으로 지켜보자”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으로 달려갔지만 기대했던 비핵화 시간표나 검증 대상은 들고 돌아오지 못했다. ‘(협상)판을 깨지 않고 유지한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안도마저 흘러나오는 가운데 꽉 막힌 비핵화 대화의 출구를 조속히 찾기 위한 ‘플랜 B’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싱가포르 회담에서부터 예견된 난관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을 떠나며 “진전이 있다”고 평가했지만 워싱턴 조야의 반응은 싸늘하다. 굳이 성과라면 앞서 정상 간 만남에서 ‘완전한 비핵화’라고 포장됐던 비핵화 견해차가 이번에 벗겨지며 첨예한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지경이다.
정상회담 후 약 한 달 만에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이 성과 없이 마무리되면서 자칫 어렵게 만든 대화 모멘텀이 급속히 냉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가장 핵심적인 북한의 핵 능력 신고 절차와 관련된 합의 시점이 빨리 이뤄져야 접점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앞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디테일에 대한 지침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지금의 교착 국면은 예고됐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 다시 주목받는 문 대통령의 운전석론
일단은 서신을 교환한 북-미 정상이 다시 ‘톱다운’ 방식으로 협상 모멘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6일 판문점에서 ‘깜짝 남북 정상회담’을 열어 북-미가 싱가포르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은 것처럼 이번에도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정부는 이전보단 신중한 입장이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핵 회담이 단시일 내에 끝나는 쉬운 협상이 아니지 않나. 일단 긴 호흡으로 (북-미 간 협상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북-미가 12일 판문점에서 만나 미군 유해 송환 등을 논의하는 후속 회담을 열기로 한 만큼 일단 움직임을 더 지켜볼 때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미 간 이견의 골이 깊어지고 자칫 감정이나 자존심 싸움에 들어가기 전에 정부가 다시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결국 장기전이고 북-미 정상의 인내심 싸움에 들어간 측면도 있다. 다소 다혈질인 양측 정상이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우리 정부가 상황을 주시하고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중간한 중재자 역할보다는 한반도의 캐스팅보트를 쥐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정부가 북-미 사이에서 중재나 조정자 역할을 버리고 오히려 미국에 힘을 실어줘 비핵화 단계 속도를 앞당겨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