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8일 김영남-최룡해 참배” 보도 대미협상력 높이려 행보 감췄거나 돌발 상황 생겨 못했을 가능성도 김정은 전용기 러시아 3시간 체류후 귀환… 9월 동방포럼 참석 예행연습인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으로 할아버지 김일성 기일(8일)에 참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그동안 김일성, 김정일의 생일과 기일엔 꼭 참배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행보다. 조부의 생일과 기일에 맞춘 연속 참배 기록도 26번에서 중단됐다.
조선중앙통신은 8일 오전 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식을 전하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당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참배 소식은 9일 오후 늦게까지 전해지지 않았다. 김정은은 지난해 김일성 기일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 개발자들과 함께 참배했다.
김정은이 이번엔 참배를 걸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 소식통은 “기일 당일 0시 참배 뒤 보통 오전 6시경이면 보도가 나왔다. 하루 뒤까지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참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 주민들은 당연히 김정은이 참배했을 것으로 생각했을 텐데 보도가 나오지 않아 의아하게 여길 것”이라고 전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 생일과 기일에 빠지지 않고 참배를 해왔지만 그 외 일상적인 참배 횟수는 점차 줄이는 추세였다”면서 “이번엔 본인의 행보를 감추며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부득이하게 참배가 어려워진 돌발 상황이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김정은 전용기인 ‘참매 1호(P-618)’의 쌍둥이 비행기인 ‘일류신(IL)-62(P-885)’가 9일 오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가 3시간 체류 후 귀환한 것이 항공기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에 포착됐다. 정부 당국자는 “9월 러시아 동방국제포럼 참석을 위한 예행연습으로 보이지만 좀 시기가 이른 감이 있다. 더 정확한 것은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