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만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주는 월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올해 9월 25만 원으로 올리는 데 이어 내년부터 30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기초연금 30만 원 인상 시기는 2021년이지만 2년 앞당기는 것이다. 추가 재원만 5조 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당정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10% 이상 늘어난 470조 원대의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기초연금 인상 방침 하나만 봐도 왜 내년도에 ‘슈퍼팽창예산안’을 짜려는지 알 수 있다. 예산안을 10%만 늘려도 2009년(10.6%)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물가 인상을 포함한 내년 경상성장률 4.8%(국회예산정책처 전망)의 2배가 넘는다. 예산을 충당하려면 증세를 하거나 국가부채를 늘려야 한다. 경기가 침체 국면일 때 나랏돈을 풀어 경기활성화의 마중물로 쓸 수는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예산 확장은 돈부터 풀고 보자는 ‘재정중독’ 증상에 가깝다는 점이다.
기초연금 조기 인상부터 그렇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노인빈곤율은 낮출 필요가 있지만 나라살림 사정을 봐가면서 추진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도 당초 2021년부터 3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5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1분기 하위 20% 가계소득 감소 등 소득분배 악화는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말한 뒤 두 달도 안 돼 조기 인상 방침이 나온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해고자 증가 등으로 분배가 악화된 정책 실패를 예산으로 땜질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