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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株 받은 삼성증권 직원들 “순간 돈 욕심”… 회의실서 상의하며 최대 14차례 팔아치워

입력 | 2018-07-10 03:00:00

검찰, 21명중 8명 배임혐의 등 기소




4월 6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서초구 삼성증권 본사 기업금융본부 회의실. A 팀장(44) 등 회의 중이던 직원 4명의 휴대전화 알림이 동시에 울렸다. 스마트폰을 본 직원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4명의 주식계좌에 삼성증권 주식 총 500만 주가 배당된 것이다. 이날은 삼성증권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배당이 입금될 예정이었다. 계획대로면 조합원 2018명에게 1주당 1000원씩 배당됐어야 한다. 그런데 직원의 실수로 1주당 1000주가 배당된 것이다. 실체 없는 ‘유령 주식’ 28억 주가 만들어져 직원들에게 배당된 것이다.

A 팀장 등도 잘못 배당된 주식이란 걸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숨어 있던 탐욕이 고개를 내밀었다. B 과장(37)은 자신에게 배당된 주식 147만9000주 가운데 4분의 3을 14차례에 걸쳐 팔아치웠다. A 팀장도 8차례에 걸쳐 56만5000주를 시장에 내놨다. 이날 오전 4명이 매도한 주식은 무려 233만 주, 금액은 800억 원 이상이었다.

단순한 욕심이 아니었다. 이들은 회의실에 모여 계속 주가 흐름을 살피며 매도를 이어갔다. 주가가 급격히 떨어졌을 때 거래를 제한하는 한국거래소의 변동성 완화장치(VI)가 30여 분 만에 7차례나 발동됐다. 결국 삼성증권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12%나 떨어졌다. 회사 측은 직원들이 내다 판 주식 매수자에 대한 보상 탓에 92억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직원은 “순간적으로 욕심이 났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일부는 오류를 인지하고도 “주식을 팔아 이득을 보고 회사를 그만두면 되지 않겠냐”며 매도했다. 증권가 사설정보지(찌라시)도 이들의 욕심을 부채질했다. 사건 발생 직후 ‘회사 공지 전 매도했으면 금액의 20%만 돌려줘도 된다’는 찌라시가 유포된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주식대금을 손에 쥐어보지 못한 채 검찰 수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문성인 부장검사)은 유령주식 매도 사건으로 고발된 삼성증권 직원 21명 중 8명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컴퓨터 등 사용 사기, 배임 혐의로 기소하고 나머지 13명을 불기소 처분했다고 9일 밝혔다.

김자현 zion37@donga.com·홍석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