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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키스에 8년 두 번째는 7년… 힘겨워서 더 짜릿

입력 | 2018-07-10 03:00:00

나상욱 밀리터리 트리뷰트 역전 우승… 감격의 통산 2승




우승 소감이 끝나가던 막바지, 케빈 나(나상욱·35·미국)는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영어로 진행되던 우승자 인터뷰 때였다. 양해를 구한 그는 5초 동안 두 차례 크게 숨을 내쉬고는 한국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목소리는 울먹이고 있었다.

“한국 팬 여러분, 저를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너무 힘들었는데 오늘 우승해서 너무 기쁩니다. 사랑합니다.”

2004년 프로 데뷔 후 14년 6개월여 만에 맞이한 두 번째 우승 소감이었다. 그는 “한국 팬을 잃고 싶지 않았다”며 한국어 인터뷰 배경을 설명했다.

케빈 나는 이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수확했다. 그는 9일(한국 시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화이트설퍼스프링스의 올드화이트TPC(파70)에서 끝난 밀리터리 트리뷰트(총상금 730만 달러·약 81억 원)에서 최종 합계 19언더파 261타로 우승했다. 2011년 10월 슈라이너 아동병원 오픈 우승 이후 6년 9개월여 만이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와 1타 차 공동 3위였던 그는 이날 버디 7개에 보기 1개로 6타를 줄이며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케빈 나는 8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갔다. 이듬해 골프를 시작한 그는 12세 때 US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 본선에 진출해 미국골프협회(USGA) 주관 대회 사상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웠고, 1999년과 2000년에는 로스앤젤레스시티챔피언십 2연패도 하며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냈다.

‘골프 신동’으로 불렸던 그였지만 이후의 과정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다.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하기까지 약 7년 10개월이 걸렸다.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며 준우승만 총 9차례 했다. 케빈 나는 이날 “첫 우승을 하기까지 8년이 걸렸다. 친구들에게 다음 우승을 할 때까진 8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7년이 걸렸다”며 깊은 감회를 밝혔다.

그 사이 결혼해 딸을 얻은 그는 18번홀 그린으로 이동하면서 중계 카메라를 향해 가족에 대한 애정 표시를 하기도 했다.

평소 드라이버 비거리에서 약점을 보여 왔던 케빈 나는 최근 수억 원의 계약금을 포기해가며 드라이버를 바꾸는 등 변화를 꾀했다. 그 결과 올 시즌 평균 289.7야드였던 그의 비거리는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만 323.5야드를 기록했다. 8번홀에서 13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기도 한 그는 “이번 주 퍼팅에 감이 오는 순간 우승 찬스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처럼 퍼팅만 할 수 있으면 올해 두 번째 우승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우승으로 케빈 나의 세계랭킹은 지난주 65위에서 41위로 뛰어올랐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