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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송… 대본, 물론 없죠”

입력 | 2018-07-10 03:00:00

유튜브 채널 ‘꽁병지TV’ 김병지씨
월드컵 기간 실시간 경기분석, 한달새 구독자 수 8만5000명
야구-음식 등으로 콘텐츠 확대






유튜버로 변신한 김병지 씨가 4일 유튜브 채널 ‘꽁병지TV’ 프로필 사진을 들어보였다. 그는 “축구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구독’ ‘좋아요’ 눌렀으면 인터뷰 시작합시다.”

‘꽁지머리’ 골키퍼 김병지 씨(48)가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를 만나자마자 던진 첫마디였다. 그는 지난달 16일부터 유튜브 채널 ‘꽁병지TV’를 개설해 활동 중인 어엿한 ‘유튜버’다. 구독자 수는 9일 기준 8만5000여 명. 인기 비결에 대해 김 씨는 “골키퍼 김병지보다 인간 김병지를 보고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꽁병지TV’는 시청자들이 김 씨의 별명인 ‘꽁지머리’의 앞 글자를 따 붙인 이름이다. 페이스북 계정에 작명 공고를 올리고, 그가 직접 발품을 팔아 초중고교생들을 만나 수많은 이름을 추천받기도 했다. 이 과정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자 “우리가 꽁병지를 만들었다” “개그맨 김병지 가즈아!”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기간에 맞춰 김 씨는 월드컵 경기 생중계 해설을 비롯해 주로 축구 관련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평소 친분이 깊은 전 축구선수 송종국(39), 전 야구선수 박명환(41), 김민구 SPOTV 해설위원 등과 함께 실시간으로 경기를 분석한다. 세계적인 골키퍼로 거듭난 후배 조현우 선수(27)도 2일 인터뷰했다. “평생 해왔던 축구 이야기가 제일 쉬워요. 아마 스포츠 인물 섭외로는 제가 우리나라 1등일 걸요.”

그렇다고 ‘축구 유튜버’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전국 야구 유망주들과 스크린 야구 대결을 하는 ‘야야자(야밤에 야구하자)’, 운동선수들이 즐겨 찾는 보양식집 탐방, 콩트 등 축구 이외 콘텐츠 제작도 하고 있다. 앞으로의 활동을 위해 자신의 얼굴이 코믹하게 인쇄된 의상과 차량도 구입했다.

그가 ‘유튜버’가 된 건 2016년 은퇴 발표를 페이스북으로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소박하게 퇴장하고 싶어 페이스북을 통해 은퇴를 알렸는데 예상과 다르게 반응이 뜨거워 놀랐습니다. ‘이런 파급력을 활용해 사회공헌사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축구교실을 운영하고 축구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채널 운영으로 나온 수익의 일부를 기부할 예정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송’을 추구하다 보니 대본도 없다. 그날 나온 아이디어가 방송 주제가 된다. 방송 중 얼떨결에 “구독자 10만 명을 넘으면 파티를 열어 1000만 원을 쏘겠다”고 공약한 후에는 파티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도 찍어 올렸다. 그는 “아내에게는 아직 공약 얘기를 못했다”며 “좋은 취지라고 설명하면 설마 내쫓진 않겠죠”라며 웃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