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럼밀’로 만든 정통 컵 스파게티…튀기지 않고 바람에 말린 ‘건면기술’로 승부수 라면업계 1위 굳힌다…“오는 2020년까지 건면매출 1000억 원으로 끌어올릴 것”
“컵라면처럼 즐기는 진짜 스파게티를 만들고자 했다. 국내 건면시장은 전체 면 시장 가운데 5.5%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전체 18%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시장을 확대하면서 단기적으로 2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김종준 농심 마케팅실장 상무는 9일 서울 중구 라그릴리아 광화문점에서 열린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이날 농심은 ‘스파게티 토마토’를 통해 면 간편식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스파게티 토마토를 통해 라면업계 1위 수성 굳히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농심, ‘듀럼밀’로 만든 정통 컵 스파게티 ‘스파게티 토마토’ 출시…조리 간편성 및 가성비 극대화
듀럼밀은 밀가루 중에 가장 단단하면서 입자가 굵은 종류라면이 익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간 라면업계가 듀럼밀로 스파게티를 만들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다. 면의 복원력과 대량생산 등의 문제도 있지만, 정교한 제면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농심은 지난 2010년 국내 최초로 개발해 보유하고 있는 중공면(中空麵) 제조 특허기술을 통해 조리 시간을 훨씬 단축했다. 기존 스파게티면의 경우 부드러운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10분정도 삶아야 하지만 이 제품은 5분이면 충분하다. 이는 면 가운데 얇은 구멍을 뚫는 중공면 제조 기술을 적용했기에 가능했다. 면 중앙에 난 구멍은 면의 표면적을 1.5배 이상 넓히고, 구멍 사이로 뜨거운 물이 스며들게 해 면이 더 빨리 익게 한다. 또한, 국물이나 소스도 스며들게 돼 맛이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농심 스파게티 토마토는 기존 면 간편식 제품들에 비해 가성비가 뛰어나고, 용기면 형태로 보관과 조리 간편성을 극대화했다.
길쭉한 스파게티면을 용기에 담는 기술은 농심이 2008년 둥지냉면을 출시하며 처음 개발한 ‘네스팅(Nesting) 공법’이 적용됐다. 네스팅 공법이란, 뽑아져 나온 면을 뜨거운 바람이 새 둥지 모양으로 돌려서 말리는 농심의 독자적인 기술이다.
그는 “저렴한 가격과 조리 편의성은 타 간편식 제품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으로 꼽히는 요소”라며 “기존 간편식은 1인 가구나 주부 등이 주 타깃이지만, 이 제품은 1020세대 소비자까지 품을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50여 년간 라면시장을 이끌어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다 간편하고 가성비 좋은 면류 제품을 선보여 우동과 스파게티 등이 주종을 이루는 면 간편식 시장에서도 선두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준 농심 마케팅 실장이 ‘스파게티 토마토’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건면 시장에 대한 시장 성장 가능성
농심이 건면에 집중한 이유가 있다. 바로 국내 건면 시장에 대한 시장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면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5.2% 성장한 1166억 원을 기록했다. 면 요리가 발달한 일본의 건면 시장 규모는 1조원이다. 우리나라와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한편 국내 라면시장은 현재 성장 정체기를 맞았다.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국내 상위 라면업체 4곳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1조9870억 원으로 집계됐다. 2조400억 원이었던 전년과 비교해 2.6% 줄어든 수치다. 중화라면 등 메가 히트작에 힘입어 지난 몇 년 간 지속 증가해왔던 4사 매출액이 2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김 상무는 “건면기술을 활용해 세계인이 즐겨먹는 다양한 면요리를 모티브로 한 제품 개발에 지속적으로 힘쓰고 있다”며 “맛과 간편성을 갖춘 제품으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아 오는 2020년까지 건면매출을 지금의 2배 수준인 1000억 원 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박지수 기자 jis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