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하이푸를 이용해 종양을 치료하고 있는 서울하이케어의원 김태희 원장.
췌장암에 ‘하이푸(HIFU·High Intensity Focused Ultrasonography)’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 독일 본대학 하이푸센터는 4월 17일 방사선의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울트라스콜 인 메드(Ultraschall in med)’에 췌장암에 대한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췌장암에 하이푸를 사용했을 때 통증 감소와 함께 종양 크기가 줄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췌장암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푸는 국내에서 보건복지부로부터 신(新)의료기술로 등재돼 있다. 초음파를 한곳으로 모아 고강도로 암세포에 쏴 열에 약한 암세포를 파괴하는 원리를 가지고 있다. 이때 암세포가 파괴되면서 나온 단백질 등이 인체 면역체계를 자극해 면역기능도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50명의 췌장암 환자들에게 진행됐다. 종양 크기의 임상적 평가는 의료기기 영상을 통해 확인했다. 통증 평가지를 통해 통증 평가(통증 심각도, 통증 감각, 일상활동 제한)를 했으며 카플란 마이어 분석으로 생존기간의 중간치, 무진행 생존률과 국부진행 시간을 추정했다.
임상 결과 84%의 환자에게서 전이 상태와 무관하게 하이푸는 복부 통증의 경감을 나타냈다. 이는 추적 시에도 지속됐다. 6주 후 종양 크기는 37.8±18.1%로, 6개월 후에는 57.9±25.9%로 축소됐다.
췌장에서 간으로 전이된 암 환자의 ‘하이푸’ 치료 영상.
김 원장은 “하이푸는 장비 선택이 중요하다”면서 “초점 구역의 초음파 집속 능력이 2만w/cm³가 돼야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췌장암은 생존율이 매우 낮아 확진되면 사망선고나 마찬가지로 여겨지고 있는 수명단축 암 중의 하나다. 지난해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11∼2015년 5년간의 상대생존율은 10.8%(남자 10.3%, 여자 11.5%)였다.
50대 췌장암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
췌장암은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 췌관 선암종(pancreatic ductal adenocarcinoma)이 가장 흔하다. 췌장암의 85∼9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주요 증상은 복통, 체중 감소, 황달, 당뇨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일부에서는 변비 등 배변 습관의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의 약 40∼70%에서 췌장암이 발견되기 때문에 전문의를 찾아 상담해 보는 것이 좋다.
췌장암이 있다면 암세포에서 생성하는 ‘CA19-9’라는 물질이 혈액에서 검출될 수 있다. 이런 종양표지자가 검출되면 이미 초기 단계는 넘어선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예방법은 아직 확립된 것은 없지만 금연은 반드시 필요하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췌장암 발생률이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다. 따라서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좋지 않으며 주로 수술 후 1∼2년 사이에 재발이 일어난다. 흔히 간이나 복막 등으로 원격 전이가 된다. 최근 암 치료의 획기적인 발전이 있었지만 췌장암 치료는 역시 어렵다. 여러 치료법이 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치료법은 없고 항암제에도 잘 반응하지 않는 것이 바로 췌장암이다.
:: ‘하이푸(HIFU)’란? ::
초음파를 모아 암세포에 쏘면 순간적으로 1∼2초 동안 65℃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열에 약한 종양세포를 괴사시키는 방식이다. 이때 암세포가 파괴되면서 나온 단백질 등이 인체 면역체계를 자극하고 전신 면역기능도 활성화시켜 종양치료에 도움을 준다.
절개와 출혈이 없고 체력 소모가 적어 기력이 없는 말기암 환자도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암 종양만 사멸시키기 때문에 신체의 다른 장기에 손상을 거의 주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박진혜 기자 jhpark102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