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활용하는 작전 없이 한 바퀴 이상 자력으로 승부하는 ‘선행형’ 선수들이 변하고 있다. 활용 상대가 있는 편성에선 무조건 앞에 나서지 않고 짧은 승부를 하는 등 과감한 변신으로 경륜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제공|경륜경정사업본부
경륜 선행형 선수들이 과감한 변신으로 레이스에 경륜 팬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행형’은 상대를 활용하는 작전 없이 한 바퀴 이상 자력으로 승부하는 선수들을 말한다. 선두를 달리는 선수는 자전거가 나아가며 발생되는 공기 저항(풍압)으로 인해 후미를 마크하는 선수에 비해 약 30% 가량 힘을 더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바퀴 선행승부로 결승선을 통과하려면 그만큼 더 많은 체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강도 높은 훈련이 요구된다.
하지만 최근 선행형 선수들이 달라졌다. 한 바퀴를 앞에서 끌어줄 줄 알고 자리를 내어주면 돌연 마크·추입 같은 변칙 작전으로 변하기도 하고, 교묘하게 뒷 선수를 외선으로 병주시켜 바깥쪽으로 선회주행 하도록 견제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설영석. 사진제공|경륜경정사업본부
선발급 선행형 강자인 설영석(19기)은 이러한 변신을 대표하는 주인공이다. 지역 선배이며 선행형의 대명사 장보규가 롤모델로 지난해까지 타종 이후 선행 승부를 즐겨했다. 2017년 총 55경기에서 선행 입상이 20회, 젖히기 3회, 추입·마크 승부는 각각 2회였다.
하지만 긴 승부가 주무기이다보니 연대율 35%에 비해 승률은 13% 밖에 되지 않았다. 올해부터는 전법에 변화를 주며 다양한 훈련을 해 완급조절능력과 후위 견제력까지 향상되면서 승승장구 중이다. 올 시즌 30경주(6월24일 기준)에 출전해 추입 5회, 젖히기 4회, 선행 8회로 입상했고, 연대율도 50%로 높아졌다. 승률은 무려 30%다. 다양한 승부수로 경주흐름에 맞춰 탈 수 있게 되자 성적이 반등하는 결과를 낳았다.
기존 선행맨으로 각광받던 황영근, 서한글, 김학철, 김원호 등도 최근에는 선행일변도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는 짧은 승부로 입상을 노리고 있다. 류근철은 “무조건적인 선행도 좋지만 이제는 우승을 노려보고 싶다. 강자가 빠진 일요일의 경우 짧은 승부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추입형 강자가 있는 편성에서는 다른 선수를 활용하는 작전으로 우승을 노려볼 것이다”라고 전했다.
선행형의 대명사인 우수급 붙박이인 장보규(1기)도 최근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요즘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으며 선행으로 나섰다가 4~5착으로 밀리자, 특단의 조치로 선행이 아닌 짧은 승부를 선택했다. 광명 23회 토요일 9경주에서 인기 순위 1위였던 김지광의 선행을 유도하며 후미를 마크하는데 성공했고, 직선에서 추입력을 발휘해 우승을 맛보았다. 2018년 상반기는 주로 선행을 고집했지만 최근 추입승부도 구사하며 3차례 입상했다.
‘마지막 한 바퀴’ 장학순 예상팀장은 “선행형 선수들이 전법에 변화를 가져가고 있는 만큼 무조건 선행에 나설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활용할 상대가 있는 편성에서는 짧은 승부로 나설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