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선수들과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오른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잉글랜드의 ‘하이브리드 축구’가 28년 만에 월드컵 4강을 이끌었다.
잉글랜드는 8일(한국시간) 스웨덴과의 2018러시아월드컵 8강전까지 넣은 11골 가운데 8골을 세트피스 상황에서 만들었다. 팀이 이번 대회에서 얻은 골 가운데 73%다.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 전까지 유난히 세트피스에서 약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독일을 상대로 넣은 매튜 업슨의 골 이후 월드컵 등 메이저대회에서 세트피스 득점은 없었다. 유로2012, 유로2016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잉글랜드가 얻은 코너킥 기회는 72번이었는데, 단 한 번도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그런 팀을 환골탈태시킨 주인공은 가레스 사우스게이트(48) 감독이다.
그는 축구전술에 농구와 NFL(미국프로풋볼)의 전술을 결합했다. 특히 좁은 공간에서 플레이할 공간을 만들어내는 농구를 통해 필요한 시스템을 많이 얻어왔다. 농구의 기본 플레이 방식인 픽&롤과 스크린플레이를 세트피스에 적용했다.
특히 상대 수비수를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는 바람잡이(decoy)의 사용이 큰 효과를 봤다. 스웨덴과의 8강전 코너킥 상황에서의 첫 골이 그랬다. 공격수 해리 케인과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는 귓속말로 사인을 주고받은 뒤 바람잡이 작전을 썼다. 스웨덴 수비수들이 경계하는 케인은 코너킥이 날아오자 공이 없는 곳으로 수비수를 달고 이동하면서 빈 공간을 만들었다. 이 자리를 차지한 매과이어는 노마크 상황에서 헤더를 꽂았다.
콜롬비아와의 16강전도 마찬가지였다. 쉼 없는 바람잡이의 공간창출과 페널티박스 부근에서의 지속적인 움직임으로 결국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코너킥 때 4명의 공격수가 열차놀이를 하듯 한 줄로 늘어서 있다가 공이 날아오는 순간 미리 정해진 방향으로 이동하는 일명 러브트레인 작전을 통해 상대 수비수의 마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크로스가 넘어오기 전까지는 4명의 공격수가 함께 움직여 상대로서는 누구를 마크해야 할지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축구장보다 훨씬 좁은 농구코트에서 5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공간을 만들어내는 NBA(미국프로농구)의 다양한 전술을 세트피스에 접목시킨 잉글랜드의 하이브리드 축구는 이번 월드컵에서 선전을 기대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