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축구의 서열로 통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선정방식이 7월부터 달라진다. ‘엘로 레이팅 시스템’에 기반을 둬 한국 순위는 부쩍 올라갈 전망이다. 순위가 올라가면 태극전사들에게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지난달 28일(한국시간) 2018러시아월드컵 독일전에서 2-0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산정방식이 확 바뀐다.
FIFA는 2018러시아월드컵 개막을 앞둔 지난 6월 11일(한국시간) 모스크바에서 평의회를 열어 “2년 간 랭킹 연구를 했다. 모든 대륙연맹과 협의했고, 새로운 방식을 도입 한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방식은 미국 물리학자 엘로 아르파드가 합리적인 실력 평가를 위해 고안한 ‘엘로 레이팅 시스템(Elo rating system)’에 기반을 둔 것으로 내용이 아주 복잡한 듯 하나 실은 간단하다. 상대적 우열 관계에서 실력 높은 상대를 이기면 많은 포인트를 얻고, 실력이 낮은 상대에 패하면 점수를 크게 깎이는 형태다.
1993년 8월부터 발표된 FIFA 남자 랭킹은 전력이 뒤지는 팀이 월드컵 톱시드에 배정되는 등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몇 차례 체계를 개편했음에도 불만은 계속됐다. 이번 월드컵도 FIFA 랭킹 10위 이내 팀 가운데 8강에 오른 건 3팀(브라질, 벨기에, 프랑스)에 불과해 새 방식 도입에 힘이 실렸다.
FIFA가 어느 수준까지 ‘엘로 레이팅’ 산출법을 적용할지 확인할 수 없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결코 나쁘지 않다. 일단 ‘엘로 레이팅’만 따지면 한국(1757점)의 랭킹은 10일 현재 26위로, 45위의 일본(1699점)보다 높다. 아시아 1위는 1816점의 이란(20위)이다.
이유는 뚜렷하다.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2-0으로 완파했기 때문이다. ‘엘로 레이팅’ 산출법으로 계산한 FIFA 랭킹에서 한국은 월드컵을 40위로 시작했다. 5월 소집 당시 30위였는데 4차례 평가전을 거쳐 10계단 추락했다. 스웨덴전(0-1 패)에서 23점을 잃어 43위, 멕시코전(1-2 패)으로 14점을 빼앗겨 45위로 추락했지만 80점을 얻은 독일전이 모든 걸 바꿨다.
순위가 급등하면 유럽, 특히 잉글랜드 진출을 희망하는 태극전사들에게 대형 호재가 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비 유럽권 선수를 데려올 때 FIFA 랭킹에 따라 워크 퍼밋(취업비자) 발급을 제한해왔다. 최소 기준 50위권 이내로, 31~50위 국가 선수는 최근 2년 간 A매치를 75% 이상 소화해야 한다. 이를 채우지 못하면 이적료 1000만 파운드(약 150억원) 이상 받거나 해당 클럽 감독이 직접 영국 노동청에 설명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전·현직 태극전사들이 EPL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6년 블랙번에 입단하려던 김보경(29·가시와)이 K리그1 전북 현대로 향하고, 에버턴~왓포드~레스터시티 등 러브 콜을 받은 이재성(26·전북)이 잠시 꿈을 미룬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4월 아스널~리버풀 등의 이적설이 제기된 김민재(22·전북)가 마음을 접은 것도 마찬가지다. 최근 FC서울에 입단한 윤석영(28)도 2016년 여름 QPR과 계약이 만료된 이후 워크 퍼밋 문제로 아픈 경험을 했다. 하지만 영국의 워크퍼밋 규정이 당분간 이어진다고 가정할 때 21~30위권 국가 선수들은 A매치 60% 이상만 채우면 돼 태극전사들의 꿈 실현은 한결 수월해진다. 새 시스템으로 산출되는 7월 FIFA랭킹은 19일 발표될 예정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