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부활되는 종합검사… 50명 안팎 검사역 파견돼 경영-재무-인사 全부문 감독 지배구조 문제 해소 요구엔 “CEO 연임 논란 재연 우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두 달 만에 ‘금융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본인의 색깔을 드러내자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윤 원장이 최우선적으로 제시한 ‘소비자 보호’가 큰 방향에선 맞지만 이를 실현하고자 꺼내든 17대 혁신과제에는 금융회사의 경영 전반에 부담을 주는 내용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감독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사라졌던 규제들을 대거 부활시키면서 ‘관치금융’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 악명 높은 ‘종합검사’ 부활
금감원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금융사를 파헤치는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 ‘스마트’한 맞춤형 검사를 할 방침”이라며 “선정 기준과 검사 방식, 기간 등을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회사들 사이에선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지난 정부 때 폐지할 정도로 문제가 많았던 제도를 부활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한 금융사 고위 임원은 “파견 검사역 취향에 맞게 사무실 책상을 재배치하고 직원들 휴가도 미룰 정도로 금감원 눈치를 봤다”며 “다시 이런 관행들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 관치(官治) 논란 계속될 듯
또 금감원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와 경영승계 계획 등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특히 주요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당장 올해 4분기(10∼12월)부터 지배구조 관련 경영실태 평가를 강화한다.
이를 두고 지난해부터 ‘CEO 연임’ 이슈로 금감원과 갈등을 빚었던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이 타깃이 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계속된 CEO 연임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은행이 경영상 이유로 영업점을 줄일 때 따라야 할 ‘은행 지점 폐쇄 절차 모범규준’을 만드는 방안도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이 소비자 접근성을 이유로 은행 점포 폐쇄를 아예 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사별로 소비자 보호장치를 얼마나 잘 갖췄는지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는 ‘배드 리스트(Bad-List)’ 제도 도입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건 맞지만 동시에 악성 소비자도 걸러줄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엇보다 금융을 부가가치를 창출할 산업이 아니라 감독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는 금감원장의 인식이 확인돼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