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6일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나오자 콘돔 제조업체 주가가 상한가를 쳤다. ‘간통죄 폐지 테마주’라며 피임약 제조업체도 언급됐다. 정작 이들 업체 뒤에서 표정 관리를 한 업종은 심부름센터였다. 배우자, 특히 남편의 외도를 의심해 ‘뒷조사’를 의뢰하는 여성이 늘어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심부름센터 의뢰인 10명 중 8명이 여성이고 대부분 주부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뒷조사 기법도 첨단을 달린다. 스마트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척 악성 코드를 심어 통화 내용이나 동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를 들여다보는 건 보통이다. 몰래카메라, 차량 위치추적기 등을 동원한 사생활 추적도 공권력 뺨친다고 한다. 물론 이런 심부름센터의 뒷조사는 불법이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보호법) 40조는 신용정보회사 말고는 특정인의 사생활을 조사하는 등의 일을 할 수 없고, 탐정이라는 명칭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셜록 홈스라도 한국에선 탐정사무실을 낼 수 없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주로 전직 수사관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모두 허용하듯, 차라리 탐정을 제도화해 엄격히 관리해야 불법적 사생활 캐기가 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1999년 이래 국회에 탐정 입법안 7건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통과하지 못했다. 경찰청과 법무부의 밥그릇 다툼 때문이라는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어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신용정보보호법 40조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요즘 몰래카메라나 차량 위치추적기 등을 이용해 남의 사생활을 캐는 행위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현실을 고려할 때, 특정인의 사생활 조사 비즈니스를 금지하는 것 말고는 사생활의 비밀과 평온을 보호할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탐정이라는 명칭도 탐정소설이나 영화에서 너무 멋지게 등장하는 탓에 사생활 조사를 적법하게 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오인될 수 있다며 못 쓰도록 했다. 국민의 사생활과 기본권이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임을 새삼 일깨워준 셈이다.
민동용 논설위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