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식민지 우려… 완전결별” 외친 존슨 외교-브렉시트 장관 물러나 메이, 온건파 새 외교장관 임명… 英내각 빅4 모두 잔류 지지파로
당시 국민투표(브렉시트 탈퇴 51.9%, 잔류 48.1%)를 승리로 이끈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을 비롯한 브렉시트 강경파는 총리 자리를 잔류파에 내주기는 했지만 입각한 뒤 끊임없이 메이 총리를 흔들며 EU와의 완전 결별을 주장해 왔다. 존슨 전 시장은 2016년 7월 외교장관을 맡은 뒤로 2년 동안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EU와 관세 제휴는 비정상” “영국 정부가 배짱이 부족하다” 등의 발언으로 EU와의 협상에 신중한 메이 총리를 비판해 왔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6일 모든 장관을 소집해 12시간의 끝장 토론을 벌인 끝에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의 공산품·농산물 시장을 EU 단일시장과 밀접하게 연계하겠다는 ‘소프트 브렉시트’ 계획을 확정지어 발표했다. 이에 반발한 브렉시트 강경파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이 8일 “영국은 EU에 더 쉽게, 더 많은 걸 내주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사임했다. 이어 9일 존슨 장관도 “브렉시트의 꿈이 죽어가고 있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이 채택되면 영국은 EU의 식민지로 향할 것”이라고 반발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메이 총리는 두 장관의 사임 이후 당내 강경파를 향해 “보수당이 단결하지 않으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권력을 잡을 것”이라고 당내 위기감을 조성한 뒤 “(나를)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어떤 시도에도 강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메이 총리는 두 장관이 사임한 지 몇 시간 내에 후임 인사를 발표하고 10일 곧바로 내각 회의를 소집하는 등 권력 장악의 의지를 보였다.
메이 총리는 그동안 발목을 잡아 온 강경파 두 장관을 몰아내 국정운영 장악력은 오히려 커졌다. 존슨 장관 후임으로 제러미 헌트 전 보건장관을 임명하는 등 내각 빅4인 총리와 재무·외교·내무장관 자리가 모두 2년 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의 잔류 지지파로 채워졌다. 그러나 보수당 내부에서는 메이 총리를 못마땅해하는 강경파가 여전히 많아 언제든 다시 권력 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있다. 특히 EU는 “영국이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자의적으로 관세나 단일 시장에 남을 분야를 정하고 있다”며 불만이 크다. EU가 영국을 압박할 경우 영국 강경파의 인내심이 폭발해 다시 내홍의 불씨가 될 수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