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야생 찾아 돈주고 탕탕… 사자 5400만원-코끼리 7800만원 헌팅 참가자 90% 이상이 미국인… 최근 10년간 1200종 3만마리 죽여 인증샷-비윤리성에 국제사회 공분
미국 여성 테스 톰프슨 탤리가 자신이 사냥한 기린 앞에서 손으로 하늘을 찌르며 웃고 있다. 사진 출처 아프리카다이제스트 트위터
왼손에 엽총을 든 여성이 죽은 기린 앞에서 오른손으로 하늘을 찌르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선글라스를 낀 채 웃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속 이 여성은 미국 켄터키주에 사는 테스 톰프슨 탤리(37). 그는 지난해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트로피 헌팅(Trophy hunting)’으로 이 기린을 잡았다. 트로피 헌팅은 식용이나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 오락을 위한 야생동물 사냥을 뜻한다.
탤리가 “일생일대의 꿈이 오늘 이뤄졌다”는 글과 함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 사진이 최근 남아공의 한 인터넷 매체 트위터에 오르면서 트로피 헌팅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짐바브웨의 ‘국민 사자’로 통하던 ‘세실’이 2015년 트로피 헌팅으로 도륙된 지 3년 만에 다시 트로피 헌팅이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당시 세실 사냥꾼으로 밝혀진 미국인 치과의사는 1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처벌해야 한다는 청원서를 백악관에 제출하는 등 비난이 빗발치자 한때 병원 문을 닫기도 했다. 트로피 헌터의 90% 이상은 미국인이다. 미국 동물보호단체 ‘휴먼 소사이어티’에 따르면 2006년부터 10년간 사냥꾼들이 미국으로 들여온 ‘트로피’는 1200종 3만2500마리에 이른다. 트로피 헌팅은 사냥꾼들이 현지 가이드에게 돈을 주고 사냥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아프리카의 남아공, 짐바브웨, 나미비아가 대표적인 사냥터다.
사냥꾼들은 아프리카 사자를 잡는 데 1만3000∼4만9000달러(약 1400만∼5400만 원)를, 코끼리를 잡는 데는 최대 7만 달러(약 7800만 원)를 현지 가이드에게 지불한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은 트로피 헌팅으로 매년 7억4400만 달러(약 8300억 원)를 벌어들이고 있다. 트로피 헌팅이 ‘부자들만 즐기는 잔인한 놀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아들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도 트로피 헌팅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