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이 연구에서 중요한 부분은 일하는 사람(요리사)이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이용하는 사람(식당의 손님)을 자기 눈으로 볼 수 있을 때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인터뷰에서 요리사들이 보다 책임감을 갖게 되고(미리 만들어 놓고 쓰던 음식을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자주 만들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이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직접 보게 될 때 자신의 일에 대해 의미를 갖게 되며 이것이 음식과 서비스 질의 향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먹고살기 위해 일한다”고 농담처럼 말한다. 실제 직장인들은 일로부터 큰 의미나 보람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3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1만2000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절반가량이 자신의 일이 의미나 중요성이 없다고 느꼈으며, 자신의 일과 회사가 제시하는 사명 사이의 연결성을 찾지 못한다고 밝혔다. 142개국, 직장인 23만 명 대상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단지 13%의 직장인이 실제 자기 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내가 이러려고 직장에서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두 가지 방향에서 관찰할 수 있다.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직원들이 거리로 나서서 회사와 사회를 향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현상은 우리가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직장을 다니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에 대해 직원 사이에 공감대가 펼쳐지고, 더 나은 일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오너 일가가 아니라 고객을 위해 일하고 직장에 자부심을 갖기 위한 외침이다. 또 한 가지는 매일 컴퓨터를 보고 열심히 일해 왔고, 회사의 문화에도 큰 문제는 없었지만, 스스로 의미를 찾지 못해 떠나는 경우이다. 회사에서 받던 월급의 절반 정도를 받으면서도 비영리기구로 떠나거나, 혼자서 여행을 하며 삶을 돌아보기도 하고, 혹은 시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정부 부처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직장에서 매일 정신없이 하는 일들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 질문해 보자. 어떤 사람은 세상에 긍정적 변화를 주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그 의미를 아직 보지 못했을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요리사의 연구처럼 내가 하는 일이 누구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좋아하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찾아보면 어떨까? 물론 “직장에서 무슨 의미를 찾아?”라고 다소 냉소적인 사람들도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남이 세워 놓은’ 직장에서 의미를 찾으라는 말이 아니다. 내 삶에서 깨어 있는 시간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내 젊은 시절의 상당한 시간을 차지하는 ‘내 일’로부터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일 아닐까?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