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 처음엔 그렇게 서툴어도 다 익숙해진단다.
● 거기 그대로 머물어도 괜찮을까?
● 그렇게 서둘어서야 무엇을 이룰 수 있겠니?
● 거기 그대로 머물어도 괜찮을까?
● 그렇게 서둘어서야 무엇을 이룰 수 있겠니?
밑줄 친 부분은 모두 잘못된 표기다. 컴퓨터의 맞춤법 교정 도구는 전혀 잡아내지 못하는 오류다. ‘서툴어, 머물어, 서둘어’의 오류는 잡아내지만 ‘서툴어도, 서툴어서야, 머물어도, 머물어서야, 서둘어도, 서둘어서야’의 오류는 인식하지 못한다. 입력 예들에 약간의 요소가 추가돼도 인식이 달라지는 컴퓨터의 단면을 보이는 것이다.
‘서툴어, 머물어, 서둘어’가 잘못된 표기인 이유부터 보자. ‘서툴다, 머물다, 서둘다’는 ‘서투르다, 머무르다, 서두르다’의 준말이다. 준말과 본말이 다 같이 널리 쓰이기에 둘 모두 표준어로 삼은 것이다. 우리는 이미 본말과 준말 관계에서 준말에 모음 연결이 제한되는 예를 본 일이 있다. ‘가지다’의 준말인 ‘갖다’는 자음이 연결된 ‘갖고, 갖는’ 등은 허용되지만 모음이 연결된 ‘갖은(×), 갖음(×)’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맞춤법의 재발견 7월 4일자 참조). 이 관계를 ‘서투르다/서툴다, 머무르다/머물다, 서두르다/서둘다’에 그대로 적용해 보자.
자음이 연결된 ‘서툴고, 서툴기에, 서툴더라도’는 올바른 표기이지만 모음을 연결한 ‘서툴어(×), 서툴으니(×), 서툴음(×)’은 허용되지 않는다. 두 유형의 공통점이 표기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서툴다, 머물다, 서둘다’의 모음 연결에 제한을 둔다는 규범은 ‘갖다’에 모음이 연결되지 못하는 것에 준한 것이니까.
여기서는 언어 변화의 양상을 엿볼 수 있는 접근 방식 하나를 보기로 하자. 준말이 ‘머물고, 머물어도(×)’가 되면 무엇이 좋을까? 모음이 붙든 자음이 붙든 그 행동에 제약이 없다. 규칙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본말 ‘서투르다, 머무르다, 서두르다’는 모두 불규칙동사다. 본말이 이미 뒷소리가 자음인지 모음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다. ‘가지다’가 규칙동사라는 점과 대조된다. 이런 불규칙동사가 보다 규칙적으로 바뀌려 하는 것은 언어 변화에서 일반적인 일이다. 이런 힘이 변수가 되어 언어 변화의 속도를 조절했을 수도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가지다’의 준말인 ‘갖다’는 불규칙적으로 행동한다는 점이다. 언어 변화에서 불규칙이 생겨나는 양상이 어떤 것인지를 엿볼 수 있는 단면이기도 하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