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운전 차보다 사람이 먼저다]<10>도심도로 횡단보도 간격 좁혀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진황도로에서 한 학생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 멀지 않은 곳에서 택시 한 대가 달려오고 있다.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길을 건너는 건 도로교통법상 분명한 불법이다. 하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곳곳에서 무단횡단을 일삼고 그로 인한 사고도 반복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무단횡단’의 유혹이 낳은 비극
하지만 이러한 규칙이 오히려 보행자의 안전 불감증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4월 20대 여성 2명이 숨지거나 다친 광주 무단횡단 사고 당시 횡단보도는 현장에서 각각 210m, 290m 떨어져 있었다. 그 대신 근처에 육교가 있었다. 차량들은 최소 500m 구간을 ‘막힘없이’ 달릴 수 있다. 반면 보행자는 멀리 돌아가야 한다.
또 어린이와 고령자 등 교통 약자는 육교와 지하보도를 건너기가 쉽지 않았다.
운전자의 안전 불감증도 사고를 키우는 원인이다. 광주 사고 당시 두 여성을 친 차량의 운전자는 시속 80km로 달리고 있었다. 해당 구간의 제한최고속도는 시속 60km다. 시야가 좁아지는 야간에 두 여성의 무단횡단을 미리 알아채기 힘든 점이 있지만 운전자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본보가 올해 1∼5월 무단횡단 사고에 대한 법원 판결 214건을 분석한 결과 운전자에게 무죄가 선고된 건 9건뿐이었다. 모두 운전자가 과속하지 않고 차로를 올바르게 주행하는 등 교통법규를 완벽하게 지킨 경우다.
전문가들은 ‘무단횡단하면 안 된다’ 교육에만 기댈 수 없다는 의견이다. 가장 필요한 건 횡단시설 확충이다. 정부는 2016년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횡단시설 간 간격을 국지도로와 집산도로에는 100m까지 단축할 수 있게 했다. 이 도로들은 주택가와 상업지역처럼 보행자 통행이 잦은 곳과 간선도로를 잇는 왕복 1, 2차로짜리다.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처럼 특수한 경우에는 이보다 더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육교와 지하보도 등을 모두 감안해 간격을 정한다. 순수한 횡단보도 확대에 걸림돌이다. 서울 종로와 명동 강남역 등에 횡단보도를 늘리는 것도 고객 감소를 우려한 지하상가 상인의 반발로 좀처럼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1986년 서울 강동구 올림픽대로에서 보행자들이 달리는 차들 사이로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 당시에도 올림픽대로는 지금과 같은 ‘자동차 전용도로‘였지만 무단횡단과 자전거 통행 등 보행자의 통행이 빈번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동아일보DB
김은지 eunji@donga.com·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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