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기업정책 달라지나]文대통령 ‘韓-인도 CEO 라운드테이블’ 참석 친기업 행보
《 “기업 활동에서 겪게 되는 어려운 점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겠다.”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뉴델리의 총리 영빈관에서 열린 ‘한-인도 CEO(최고경영자) 라운드 테이블’에서 다시 한 번 기업 애로 해소를 강조했다. 청와대 참모들에게 “기업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라고 당부했던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 CEO 앞에서 이 같은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

인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뉴델리 총리실 영빈관에서 열린 ‘한-인도 CEO 라운드테이블’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오른쪽)에게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 뉴델리=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文, “기업 하기 좋은 나라 되게 하겠다”
한-인도 정상회담 직후 열린 이날 CEO 라운드 테이블에는 문 대통령과 함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재계 인사들의 발언에 하나하나 답변하며 “한국과 인도가 기업 하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협조하겠다. 한국 정부는 기업의 애로사항에 대해 항상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도 국내 대기업의 요청에 직접 답변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해외 순방에서 열린 기업인 행사에 외국 정상이 함께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구 13억 명의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내수 시장을 가진 인도 공략에 공들이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에 확실한 힘을 실어준 것이다. 두 정상은 양국 주요 기업인이 참석한 이 행사를 위해 정상 오찬 시간도 30분 줄일 만큼 큰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이 이번 인도 방문에서 경제 분야에 집중한 것은 미중 무역갈등 속에 인도의 경제적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부흥’을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건 모디 총리 역시 문 대통령의 순방을 통해 국내 대기업과 획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 이재용-마힌드라 연쇄 면담으로 진보·보수 고려
여기에는 문 대통령의 핵심 경제 공약인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이 대기업의 지원 사격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이 전날 이 부회장을 별도로 만나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달라”고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서도 “한국에 더 많이 투자하고 노사 화합을 통해 성공하는 모델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틀 연속 ‘일자리와 투자’를 강조한 것이다.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자동차의 최대 주주다. 이에 마힌드라 회장은 “지금까지 쌍용차에 1조4000억 원을 투자했는데 앞으로 3, 4년 내에 1조3000억 원 정도를 다시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쌍용차 해고자 문제를 언급하며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를 고려하는 행보를 보였다. 먼저 마힌드라 회장에게 다가간 문 대통령은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는 노사 간 합의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남아있다.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쌍용차 문제를 직접 언급해 잇따른 친기업 행보로 정부 경제정책이 ‘우클릭’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부 지지층의 불만을 달랜 것이다. 또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면담이 ‘삼성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진보 진영 일각의 지적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은 일이고, 재판은 재판”이라며 “이번 순방이 특정 기업 관련 재판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