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6월엔 나아질 거라더니… 5개월 연속 일자리 참사 제조업 고용 최악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가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고용쇼크가 5개월째 이어졌다. 일자리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제조업과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주요 업종에서 모두 취업자 수가 감소하며 월간 취업자 수 증가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10만 명대 이하에 그쳤다.
당초 지난달부터 고용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던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와 정부가 인구 감소, 경기 침체 등으로 일자리 시장이 쉽게 개선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규제혁신을 통해 기업의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하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제조업 일자리 쇼크
통계청이 11일 내놓은 ‘고용동향’에 따르면 6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만6000명 늘었다. 5월 취업자 수 증가 폭 7만2000명과 비교하면 소폭 늘었지만 정부가 목표로 한 신규 고용 32만 명 창출과는 큰 차이가 있다.
제조업과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일자리 시장을 지탱하는 주요 업종에서 모두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제조업은 전년 동기 대비 취업자 수가 12만6000명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 수가 12만 명 이상 줄어든 건 지난해 1월(17만 명 감소)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5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의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 수가 급감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 당국자는 “자동차, 조선 구조조정의 여파로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며 취업자가 급감했다”고 말했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매달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 ‘고용참사’ 안이하게 대응한 정부
일각에서는 고용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동안 청와대와 정부의 현실 진단이 안이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청와대는 5월 고용지표가 나쁘게 나오자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감소했고 공무원 시험과 강우일 증가가 고용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구구조 변화는 장기적인 흐름으로 계속 이어져 왔다”며 “결국은 기업 투자가 안 되니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인데 인구구조 때문에 취업자가 줄었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당초 설명과 달리 조업일수 증가도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달 “취업자 수는 줄어도 상용직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일자리의 질은 좋아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1, 2월 상용직 일자리 증가폭이 43만∼48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6월 상용직 증가폭은 36만5000명으로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 “민간고용 늘릴 기업투자 촉진 대책 나와야”
청와대는 부실한 진단을 토대로 고용지표가 개선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해왔다. 반장식 전 대통령일자리수석은 지난달 “추가경정예산 집행과 공기업 채용, 근로시간 단축 등이 본격화하면 고용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추경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지원 등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기업들은 노동시간 단축에 대비해 근로자를 더 뽑기보다는 기존 인력으로 어떻게 생산성을 끌어올릴지 집중해 왔다. 정부가 원하는 일자리 구조의 선순환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인 셈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기업 환경을 개선할 의사가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는 등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송충현 기자
공태현 인턴기자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