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군사-경제 밀착 행보

휘발유나 경유 등 ‘연유’를 판매하는 북한의 ‘승리연유판매소’와 주유를 위해 찾은 차량들.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의 휘발유 값이 내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NK프로 홈페이지 캡처
○ 대북제재 유지에도 떨어지는 평양 휘발유 값
그런데 6개월 만인 7월 초 평양 휘발유 값이 L당 1.1유로(약 1445원)로 떨어졌다고 NK프로가 10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앞서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일본 대북 전문 매체 ‘아시아프레스’를 인용해 “4월 중순부터 휘발유 값이 조금씩 떨어지더니 5월 8일부터는 휘발유와 디젤유의 값이 한 달 전보다 35%나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기름값 하락에 대북제재 구멍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이 대북제재의 망을 허술하게 펼쳐 김정은의 운신의 폭을 넓혀 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제재 약화 조짐을 중국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대규모의 밀수에 나서 (싼 기름) 가격을 형성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오히려 (대북제재 이후)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겪는다는 말이 있듯이 북한 내부의 기름 수요가 줄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박종철 경상대 통일평화연구센터 소장은 “최근에 면담한 복수의 북측 학자들에 따르면 ‘탄소하나(C1)’ 산업으로 석탄에서 석유를 생산하고 있고 두만강 하저(밑바닥)에 있는 러시아∼북한 송유관과 고난의 행군 시기 중단된 나진의 승리화학콤비나트도 다시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 북-중, 군사적으로도 밀착 조짐

올해 관련 기념행사를 재개한 것은 북-중이 경제를 넘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비핵화 압박에 맞서 군사적으로 급속히 밀착되는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국으로선 북한이 미국 쪽으로 기우는 것을 막고, 북한은 북핵 협상 실패에 대비한 보험을 드는 셈이다.
○ 북한 지연술과 중국 개입으로 ‘비핵화 이중고’
김정은은 열흘 사이 중국 접경지역 민생 행보를 펼치면서 ‘베트남 모델’을 거론한 미국에 반감을 드러내는 한편 중국을 향해 ‘경협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신의주, 삼지연 등 북-중 접경지대를 연속 시찰했다.
김정은은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고자 하는 새로운 전략 노선을 강조하면서 대미·대중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제재 완화 없이는 미국이 제시하는 베트남 모델에는 관심이 없고,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꾀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의미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