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안상수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오른쪽부터)이 당사 이전을 위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양빌딩에 걸렸던 자유한국당 현판을 떼어 내고 있다(왼쪽 사진). 11년 만에 ‘여의도 당사 시대’를 마감한 한국당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으로 당사를 이전하고 현판 제막식을 가졌다(오른쪽 사진).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 대행은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하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을 이룬 보수 정당의 여의도 당사를 이제 마무리한다. 처절한 진정성으로 더 낮은 곳에서 국민이 부를 때까지 쇄신과 변화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짧은 발언을 했다.
한양빌딩은 2007년 10년째 야당 생활을 하던 한나라당이 천막당사를 거쳐,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 생활을 접고 다시 여의도로 입성해 마련한 당사다. 한나라당은 그해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켰고, 2012년 대선에서도 승리해 박근혜 정부를 만들었다. 두 전직 대통령이 사용한 대선 후보 사무실도 이 건물에 있었다. 1997년엔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가 이 건물을 당사로 사용하면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 전력도 있다.
이날 김 대행 등 당 지도부는 국회 서쪽 여의2교(파천교)를 건너 우성빌딩에 마련된 새 당사에서 제막식도 함께 열었다. 안 위원장이 “이건 좀 웃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분위기를 띄우고서야 김 대행은 잠시 엷은 미소를 보였다. 김 대행은 “오로지 국민만 쳐다보고, 국민이 여의도 당사 시절을 생각할 때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새 당사는 옛 당사에서 1.2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여의도에서 한강을 건너가야 한다. 월 임차료는 2000만 원으로 옛 당사의 5분의 1 수준. 신구 당사가 같은 ‘영등포구’에 있긴 하지만 심리적 거리는 훨씬 멀다. 과거 한나라당, 민주당 사례를 보면 여의도를 떠난 뒤 정치적 입지가 더 약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2004년 17대 총선 전 불법 창당자금 사건이 터지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여의도 당사를 처분한 뒤 영등포시장 내 농협 청과물공판장 폐건물로 당사를 이전했다. 이후 두 번의 대선에서 연거푸 패한 뒤 2013년에야 여의도로 복귀했고, 4년 뒤 대선에서 승리했다. 한 당직자는 “당사 이전 등 여러 가지 ‘퍼포먼스’도 좋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2007년 여의도 당사 이전 실무를 총괄했던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렵던 야당 시절 다른 당들이 서로 들어오려던 건물을 우여곡절 끝에 마련했다. 만감이 교차한다”며 “개혁으로 당세를 회복해 ‘여의도 당사’로 돌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