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3-5-2’ ‘4-4-2’ 혼용 맞서
왼쪽 MF 마튀디 전진 안하고 원톱 지루도 중앙선까지 내려와
수비 치중하다 움티티 헤딩골… 세트피스로 12년 만에 결승 환호
“평균 26세, 우승땐 장기집권”
벨기에의 에이스 에덴 아자르는 11일 프랑스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전에서 0-1로 패한 뒤 이렇게 말했다. 화려한 패스와 높은 점유율이 특징인 ‘아트 사커’를 버리고 수비를 강조한 ‘실리 축구’를 펼친 프랑스를 공략하기가 어려웠다는 얘기다. 아자르는 “골을 넣기 위해서는 마법이 필요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수시로 변하는 전형과 포지션 변화에 따라 플레이 위치를 변경해가며 맞부딪친 선수들 간의 대결로 박진감이 넘쳤다. “전술적으로 벨기에를 놀라게 할 준비가 됐다”고 했던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은 사령탑 간의 전술 싸움에서 승리했다.
벨기에는 스리백(수비수 3명)을 가동한 3-5-2 전형으로 출발했다. 오른쪽 측면에 위치한 미드필더 나세르 샤들리의 위치에 따라 전형이 바뀌었다. 공격 시에는 샤들리가 전진해 기본 전형을 유지했고, 아자르가 최전방과 중앙, 측면을 오가며 수비를 교란했다. 반면에 수비 시에는 앙투안 그리에즈만 등 프랑스의 발 빠른 측면 공격을 막고 중앙 수비수(3명)를 돕기 위해 샤들리가 후방으로 내려와 포백(수비수 4명)을 구성했다. 이때의 전형은 4-4-2다. 샤들리의 히트맵(주로 뛴 구역)을 보면 그가 측면을 활발히 오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는 벨기에의 변화에 맞춤형 전술로 맞불을 놨다.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는 블레즈 마튀디를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파격을 통해 샤들리의 오버래핑을 막았다. 프랑스는 4-2-3-1 전형을 선발로 내세웠다. 통상 이 전형에서 측면 미드필더는 공격 임무를 수행하지만 마튀디는 중앙선 근처에 머물며 상대의 돌파를 막는 데 집중했다. 9623m를 뛴 마튀디는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킬리안 음바페(뛴 거리 8975m)보다 많은 활동량을 보이며 공격 차단에 주력했다. 프랑스는 최전방 원톱 올리비에 지루도 중앙선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했다. 벨기에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는 “상대 공격수가 우리 골문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던 것은 처음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마튀디가 수비적으로 내려앉으면서 부족해진 공격진 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그리에즈만이 메웠다. 그리에즈만은 최전방으로 올라와 지루와 투톱(4-4-2 전형)을 구성하거나 왼쪽 측면으로 이동해 음바페, 지루와 스리톱(4-3-3 전형)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샤들리가 공격에 가담했다가 미처 수비로 복귀하지 못한 빈 공간을 집중 공략했다. 점유율 40%-60%, 패스 횟수 342-629로 밀린 프랑스지만 슈팅 수에서는 19-9로 앞섰다. 그리에즈만을 중심으로 한 역습이 효과적이었다는 얘기다.
전술적으로 벨기에를 압도한 프랑스는 세트피스로 승리를 낚았다. 프랑스는 후반 6분 수비수 사뮈엘 움티티가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변칙 라인업과 침착함 속에 골까지 만들어낸 수비진이 프랑스에 승리를 안겼다”고 평가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김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