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거북손은 자세히 보면 상당히 징그럽게 생겼습니다. 진짜 거북의 손처럼 생기기도 해서 굴이나 개불, 성게, 멍게 등과 마찬가지로 처음 먹을 때는 상당히 용기가 필요할 것 같네요.
정약전 선생은 거북손을 오봉호 혹은 보찰굴이라 하면서 패류로 여겼습니다. 그 생김새를 “오봉(다섯 개의 봉우리)이 나란히 서 있는데 바깥쪽 두 봉은 낮고 작으나 다음의 두 봉을 안고 있으며, 그 안겨져 있는 두 봉은 가장 큰 봉으로서 중봉을 안고 있다”라는 회화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표현을 썼습니다. 색은 황흑이고 맛은 달다고 기록했습니다.
스페인 특히 북서부의 갈리시아 지방에서도 많이 먹지만,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고급 식당에도 비싸게 팔려나간다고도 하니, 궁극의 맛을 추구하는 데는 동서고금이 따로 없습니다.
그렇다면 거북손 맛은 어떨까요? 조개 맛도 아니고 달큰한 개불 맛도 아닙니다. 밍밍함과 짭조름의 중간, 딱히 어느 지점이라 할 수 없는 애매한 맛입니다. 버터나 블루치즈를 좀 넣거나 고수 같은 것을 넣어서 찌면 색다른 맛이 날 듯도 합니다. 사실 바닷가 사람들이 술안주 삼아 먹거나 찌개에 감칠맛을 낼 때나 넣던 것을 방송에서 벼락스타로 만드는 바람에 이젠 식당의 번듯한 메뉴로 등장했습니다.
이런 열풍 때문에 저 역시 거북손을 소개하면서도 한편으론 남획을 걱정하는 일종의 인지부조화 현상을 겪고 있네요. 관세음‘보찰’!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락희옥 마포본점 서울 마포구 토정로 262, 만재도 거북손 3만5000원
○거문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세권로43번길 26-1, 거북손 2만3000원
○머구리 대전 서구 신갈마로141번길8, 거북손 2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