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탐사로봇 ‘마스 2020’
이달 9일(현지 시간) 프랑스 남부 툴루즈의 천체물리학 및 행성학연구소(IRAP). 이른 아침부터 실험동에선 우주 탐사 임무를 준비하는 과학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보통 우주개발 시설이라고 하면 탁 트인 공간에 거대한 장비들이 들어서 있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 곳은 달랐다. 작은 규모의 연구실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이는 우주 탐사선이 아닌, 탐사선 눈과 귀 역할을 하는 관측 장비를 개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복도 벽면에는 2012년 화성(火星)에 도착해 현재까지 운용 중인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 사진과 세계 첫 태양 궤도선이 될 유럽우주국(ESA) ‘솔라 오비터’, 유럽-일본의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BepiColombo)’ 조감도 등 각종 연구 포스터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천문학자인 미셸 블랑 IRAP 연구원은 “ESA는 물론 NASA, 일본항공우주개발기구(JAXA), 캐나다우주국(CSA) 등 세계 주요 우주국이 쏘아 올리는 탐사선 상당수가 이곳 과학자들의 손길을 거친다. 우리가 개발하는 센서와 관측 장비들은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탐사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간단한 소독 작업을 마친 뒤 300㎡(약 90평) 남짓의 멸균실에 들어서자, 칸칸이 나뉜 방마다 복잡하게 얽힌 선으로 컴퓨터에 연결된 소형 장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천체물리학자 실베스트리 모리스 IRAP 연구원은 멸균실 한켠의 후드에 놓인 카메라 장비를 가리켰다. 그는 “NASA가 2020년 화성으로 보낼 예정인 차세대 화성 탐사로봇 ‘마스 2020’에 탑재되는 분석기기”라며 “화성에서 과거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바로 ‘수퍼캠(SuperCam)’이다. 연구 과정에서 활용하는 기술 검증용 모델이 아닌, 실제 우주로 보내는 비행모델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퍼캠(SuperCam)
수퍼캠은 큐리오시티의 화학성분 분석 장비인 ‘켐캠(ChemCam)’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정밀도와 데이터 신뢰도가 개선됐다. 레이저 분광계와 적외선 분광계, 영상 카메라, 화성 표면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이크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마스 2020은 수퍼캠을 통해 토양이나 암석에 고에너지 레이저를 쏴 플라스마 상태로 만든 뒤, 화학성분 스펙트럼을 얻는 레이저 유도 플라스마 분광법(LIPS)을 사용한다. 최대 7m 거리에 있는 점 하나 크기의 표면 성분까지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모리스 연구원은 “10여 년 전 이곳에서 켐캠을 개발했다. 최근 큐리오시티가 화성에서 다양한 유기분자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LIPS 덕분”이라며 “수퍼캠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NASA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큐리오시티로 화성 표면의 토양과 대기 중에서 황화메틸, 메틸메르캅탄 같은 유기분자를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올리비어 가스놀트 IRAP 연구원은 “유기분자가 있다고 꼭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할 순 없지만, 생명체 구성성분이자 생명활동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유기분자는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솔라 오비터 PAS
수퍼캠은 사상 처음으로 ‘화성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비이기도 하다. 모리스 연구원은 “그동안은 무음의 영상으로만 봤던 화성을 생생하게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령 바람 소리를 분석하면 화성의 모래폭풍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얻을 수 있고, 탐사로봇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마스 2020은 2020년 7월 발사돼 2021년 2월경 화성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퍼캠 최종 테스트는 내년 10월로 예정돼 있다.
: 수퍼캠(SuperCam) :
마이크를 통해 화성 표면의 바람소리, 충격파 등 음파 감지
레이저 분광계로 7m 이내 지점의 토양, 암석의 화학성분 분석
자료: 미국항공우주국·천체물리학 및 행성학연구
툴루즈=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