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반발 확산]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 기울어진 운동장 ‘노동계 18 vs 경영계 9’
이 때문에 사실상 노사위원이 아닌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된다. 공익위원이 노사 중 어느 쪽 성향이 강하느냐에 따라 인상 수준이 정해지는 셈이다. 문제는 고용부 장관이 위촉하는 공익위원들은 정권 성향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사실상 청와대가 공익위원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도 지속적으로 나온다. 정부가 제시한 지침을 공익위원들이 충실히 따르면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올해 공익위원 8명이 진보 성향 또는 현 정부와 가까운 인사들로 물갈이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류장수 위원장은 중도보수 성향이지만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지난해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을 맡는 등 현 정부와 가깝다. 사실상 위원장을 포함한 공익위원 9명 전원이 친노동계로 분류된다.
강성태(한양대 교수), 백학영(강원대 교수), 박은정(인제대 교수), 이주희(이화여대 교수), 오상봉 위원(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진보 성향이고, 권혜자 위원(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한국노총 출신으로 사실상 근로자위원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혜진 위원(세종대 교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는 등 현 정부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용자위원들은 최임위 구성이 ‘노동계 18 대 경영계 9’라고 지적한다.
○ 매년 극심한 진통 속 표결 처리
2014년과 2015년의 경우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지금처럼 심하지 않았음에도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2016년(공익위원 중재안 통과)과 2017년(사용자안 통과) 최저임금 역시 법정 시한 당일 오전 1∼4시경 표결처리했다. 당시 근로자위원은 물론이고 일부 사용자위원도 표결에 불참했다. 특히 올해 최저임금은 사상 처음으로 근로자위원(7530원)과 사용자위원(7300원)의 제시액이 동시에 표결에 부쳐져 15 대 12로 근로자위원의 안이 확정됐다. 공익위원 9명 중 6명이 노동계에 표를 던진 결과다. 결국 최근 5년간 단 한 번도 노사 합의가 없었던 셈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막판 협상은 13일 오전 10시에 시작된다. 이날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14일 0시부터 바로 다음 협상을 진행한다. 결국 14일 새벽쯤 표결을 통해 최종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때 공익위원들이 합리적 중재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올해도 노사 중 어느 한쪽은 표결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 사용자위원 9명이 전원 불참하더라도 현재 공익위원 9명, 근로자위원 5명(민노총 위원 4명은 불참 중)만으로도 27명의 과반이 되기 때문에 내년 최저임금 의결이 가능하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시급 1만 원을 2020년까지 달성하려면 올해도 15%(8660원) 이상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 정부 안팎에서는 공익위원들이 15% 이상 인상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속도 조절론이 강하게 제기되는 것이 막판 변수”라며 “결국 청와대의 뜻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성열 ryu@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