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영문판서 “핵-경제 병진”,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첫 언급 12일 美와 유해 송환 회담도 거부… 대신 15일 장성급 회담 개최 제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영문 사설에서 ‘핵 무력 건설(building of nuclear force)’을 언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4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 대신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정책노선으로 채택한 뒤로 노동신문이 ‘핵 무력 건설’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더욱 큰 난관에 봉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날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조선 혁명의 전진을 더욱 가속화하자(Let Us Accelerate Advance of Korean Revolution)’는 제목의 영문 사설에서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승리를 위해 중단 없이 전진해 온 패기로 사회주의 경제 건설의 전선에서 새로운 번영의 국면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설은 앞서 11일 노동신문 1면 톱으로 게재된 사설을 영문으로 옮긴 것이다.
이는 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빈손 방북’ 이후 비핵화 후속 조치와 종전선언 시기를 놓고 미국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로부터 실질적인 체제 보장 조치를 받아내려고 특유의 ‘벼랑 끝 전술’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더군다나 북한은 이날 판문점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군 유해 송환 실무회담에도 일방적으로 불참했다. 이날 유해 송환 회담에 참석하기로 한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및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전 판문점에 도착했으나 북측 협상단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회담이 무산됐다. 북한은 그 대신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에 15일 장성급 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리셴룽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 간) 실무협상은 순탄치 않은 부분도 있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북한의 현재 태도는)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불평이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정은 / 싱가포르=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