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여, 오늘 밤은 이렇게 무더워 나는 맥고모자(밀집모자)를 쓰고 삐루(맥주)를 마시고 거리를 거닙네. …달이 밝은 밤에 해정한(고요한) 모래장변에서 달바라기를 하고 싶읍네. 궂은 비 부슬거리는 저녁엔 물 위를 떠서 애원성(哀怨聲)이나 부르고, 그리고 햇살이 간지럽게 따뜻한 아침엔 이남박(함지박) 같은 물 바닥을 오르락내리락하고 놀고 싶읍네.”
시인 백석(1912∼1996)이 1938년 6월 7일 동아일보에 쓴 기행문 동해(東海)에서 발췌했습니다. 근대 문인들이 피서지에서 쓴 글을 모은 신간 ‘성찰의 시간’(홍재)에 실렸네요.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주 52시간 근로제도 시행된 탓인지 ‘한숨 돌리자’는 느낌의 신간들이 눈에 띕니다.
돈과 노동의 굴레에서 ‘탈출하라’(카시오페아)는 사뭇 과격한 책도, 행복의 커트라인을 낮춰 ‘소확행’(글로세움)을 누리자는 책도 있네요. ‘잠깐 쉬다가 계속 쉬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은 잠시만 제쳐두자고요. ‘사실 바쁘게 산다고 해결되진 않아’(책들의 정원)라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