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트위터에 공개했다. 그러면서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판문점에서 예정됐던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한 북-미 실무회담이 북한의 불참으로 무산된 뒤였다. 김정은은 친서에서 “각하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과 신뢰가 앞으로 실천 과정에서 더욱 공고해지길 바라며, 조미 관계의 획기적인 진전이 우리의 다음 상봉을 앞당겨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례적인 김정은 친서 공개는 외교관례를 무시한 결례가 아니냐는 논란을 낳을 수 있지만, 5월 말 김정은에게 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하는 자신의 친서를 공개했던 트럼프 대통령인 만큼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강도적”이라고 반발하는 북한을 상대하는 트럼프식 외교일 테지만 이런 외교적 형식의 파괴가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북-미 합의의 내용 파괴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친서에 담긴 김정은의 북-미 관계 개선 의지, 자신에 대한 ‘깊은 사의’ 등을 공개함으로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빈손 방북’ 논란을 잠재우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친서에서 ‘비핵화’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나와 각하의 독특한 방식이 훌륭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며 정상 간 합의를 우선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 즉 2차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재촉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단계마다 정상끼리 해결하자는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 조치’는 무한정 시간을 끌어 미국을 지치게 만들고 그 사이 제재 이완과 핵보유국 입지를 노리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매번 정상회담으로 진전되는 국가 관계가 오래 갈 수는 없다. 세계를 경영하는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만 매달릴 만큼 한가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최근 행태에 대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전략이자 불평”이라고 말한 대목은 그런 나쁜 버릇을 두둔하는 듯 들린다. 실천 없는 말만으론 어떤 것도 꿈꾸지 말라고 김정은을 타이르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