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김포공항 교통안전 살펴보니

12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앞 5차로 도로에서 한 가족이 4차로에 차를 세워놓고 짐을 꺼내고 있다. 부산=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벤츠 차량에서 내린 남자아이는 트렁크에서 여행용 가방을 꺼낸 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이 양옆으로 차량 여러 대가 스쳐 지나갔다. 부모도 차에서 짐을 내리느라 도로 한복판에 선 아이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는 듯 보였다. 아이가 서 있던 4차로는 이틀 전인 10일 택시운전사 김모 씨(48)가 과속으로 달리던 BMW 차량에 치인 바로 그곳이었다. 사고 지점 왼쪽 도로 가장자리 벽면에는 당시 BMW 차량이 남긴 검은색 충돌 자국이 선명히 남아있었다. 김 씨는 이 사고로 엿새째 의식불명 상태다.
○ 도로 한복판에서 짐 꺼내

13일 서울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 앞 도로에서 주차대행업체 직원들이 도로로 나와 이용객들에게 주차대행을 권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본보 취재팀이 12일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앞 도로를 살펴본 결과 도로 진입 전 제한최고속도 시속 40km를 준수하는 차량이 드물었다. ‘절대감속’이라고 쓰인 표지판이 무색했다. 김해공항은 국제선 청사를 지나야 국내선 청사로 갈 수 있는 구조인데 목적지별로 차로가 구분돼 있지 않았다. 출장으로 김해공항을 자주 찾는 박모 씨(28)는 “과속단속 장비가 없어 속도제한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 앞에서는 3차로 한복판으로 10여 명의 사람들이 자주 쏟아져 나왔다. 호객행위를 하는 주차대행업체 직원들과 캐리어를 끌고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이었다. 김포공항은 김해공항처럼 차종별로 도로가 구분돼 있지 않았다. 한 차로에서 일반 승용차와 택시, 버스가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고 수시로 뒤엉켰다. 인천국제공항은 택시 전용 승하차장과 차로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한 흰색 아우디 승용차는 청사 바로 앞인 3차로에 차를 세운 뒤 10분 넘게 정차했다. 남성 운전자는 트렁크에서 캐리어 2개를 꺼내 아내와 딸에게 전한 뒤 한 명씩 포옹을 했다. 이들 옆으로 차들이 빠른 속도로 밀려 들어왔다. 이 남성 운전자는 가족들을 공항 안으로 들여보낸 뒤에도 차를 세워둔 채 휴대전화로 한참 통화를 했다.
공항 측은 승객 편의를 위해 도로 맨 오른쪽 차로에서 잠깐 동안의 정차를 허용한다. 하지만 ‘하차 즉시 출발’이 원칙이다. 다른 차량들이 이용할 수 있게 공간을 빨리 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 전담 경찰 인력 부족
12일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앞 주차금지 구역에 차량 여러 대가 장시간 정차해 있다. 부산=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본보가 이달 초 전국 공항 음주 단속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인천공항만 월 2회 단속할 뿐이었다. 김포공항경찰대 관계자는 “수학여행이 많을 때에는 학교 요청으로 불시에 버스기사를 대상으로 단속을 하지만 음주측정기가 없어 인근 경찰서에서 빌려온다”고 말했다.
부산=서형석 skytree08@donga.com / 인천=최지선 기자 /
박희영 인턴기자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