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위전 잉글랜드에 2-0 완승 세계적 명성 루카쿠-더브라위너… 주장 아자르 중심으로 거듭나 스타의식-골 욕심 버린 팀플레이… 교체출전 선수-수비수들도 헌신
전반 4분 벨기에의 결승골은 마무리까지 다섯 번의 볼 터치로 완성됐다.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26)의 롱 킥부터 수비수 토마 뫼니에(27)의 슈팅까지 선수들은 군더더기 하나 없이 움직였다. 벨기에가 스타플레이어 한 명에 의존하는 ‘원맨 팀’이 아니라 전체가 하나처럼 뛰는 ‘원 팀’이라는 것을 잘 설명해주는 장면이었다.
후반 37분 에덴 아자르(27)의 추가골까지 터지면서 벨기에는 14일 열린 잉글랜드와의 러시아 월드컵 3, 4위전을 기분 좋게 2-0 완승으로 마무리했다. 이날까지 이번 대회에서만 잉글랜드를 두 번(조별리그 G조 경기 포함) 침몰시키며 벨기에는 동메달(3위)과 함께 상금 2400만 달러(약 272억 원)의 주인공이 됐다. 더불어 1986년 멕시코 월드컵 4위를 넘어서서 자국 월드컵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6승(1패)을 하고도 우승에 실패한 역대 네 번째 국가란 아쉬움이 남는 기록도 덧붙여졌다.
“이것은 팀으로 이룬 성과다. 선수들이 헌신해서 만든 새 역사다.”
경기 직후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벨기에 감독(45)은 벨기에의 이번 성과는 ‘스타 의식’을 버린 진정한 스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강조했다. 로멜로 루카쿠, 아자르, 케빈 더브라위너 등 ‘황금세대’의 비싼 이름값보다 이들의 조직력과 정신력이 더 빛났다는 평가다.
벨기에의 득점자로 10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에서도 벨기에의 원 팀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득점자에는 교체 선수로 뛰었던 아드난 야누자이와 미치 바추아이, 수비수 뫼니에 등이 포함됐다. 교체로 뛰든 수비수로 뛰든 팀 승리를 위해 헌신적으로 뛰었다는 얘기다. 10명의 선수가 한 대회 득점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1982년 프랑스(스페인 월드컵)와 2006년 이탈리아(독일 월드컵)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선수들은 모두 경기장에서 희생할 준비가 돼 있고 후보 선수나 조력자의 역할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평가와 함께 벨기에의 강점으로 ‘팀 정신’을 꼽았다.
이날 맨오브더매치(MOM)로 선정된 아자르는 이번 대회를 통해 주장으로서 벨기에의 정신적 기둥으로 거듭난 모습이다. 아자르는 20세였던 2011년 터키와의 평가전 중에 교체 아웃되자 이에 화가 나 경기 중 햄버거 가게에 갔다가 이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됐던 장본인. 하지만 주장 완장을 찬 채 새 마음으로 임한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특유의 적지만 배려심 깊은 말투로 동료의 사기를 진작시켜 마르테니스 감독의 극찬을 받았다.
주장 아자르를 중심으로 이번 대회를 통해 하나로 똘똘 뭉친 벨기에는 향후 유로 2020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맹위를 떨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자르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다음에는 이번 대회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