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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가’ 해석이 성희롱?…“무식이 인류 역사·문화 뭉개는 세상” 비판 폭주

입력 | 2018-07-16 14:50:00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동아일보DB


인천의 한 고등학교 국어교사가 고전문학 수업 중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으로 징계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교사에 대한 처분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는 등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16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 모 사립 고교 A 교사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학교 측으로부터 받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A 교사는 “구지가나 춘향전 등 고전문학의 의미를 풀이하는 과정에서 특정 단어가 남근이나 자궁을 뜻한다고 설명했는데 이를 한 학부모가 성희롱이라며 민원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업의 전체적인 맥락을 배제한 채 성희롱을 했다고 주장한 것”이라며 “학교는 사안을 조사하는 성고충심의위원회에 조사 보고서를 내기 전 양측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하지만 그런 과정도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해당 학교는 학부모 민원을 받고 해당 학급 학생들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한 뒤 성고충심의위원회를 열어 A 교사의 발언을 성희롱으로 결론 냈다. 또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고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2학기 동안 해당 학급 국어교사를 다른 교사로 교체하라’는 조치를 내렸다.

이에 A 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학 수업 관련 성희롱 징계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하는 분노심에 자살을 해서 세상에 항변을 할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도 했다. 너무 너무 고통스럽고 수치스럽기만 하다. 끝까지 싸우자 하면서도 힘들다는 두려움에 별 생각을 한다”고 토로했다.

온라인에선 A 교사에 대한 조치가 부당하다며, 성희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들은 “저 학부모라면. 더 적나라하게 아내의 불륜을 묘사한 신라시대 처용가는 배우지도 말아야겠네?(teip****)”, “곧 있으면 미술선생님도 위험하겠네. 고대 유럽, 르네상스기 나체 그림들 때문에 잘리겠어(sunn****)”, “이건 웃을 일이 아님. 사상의 자유, 학문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심각한 현상임. 중국 문화대혁명 때 같음(thsn****)”, “‘어쩌라고, 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이거면 성범죄로 낙인, 평생 노력한 게 다 무너진다(myji****)”, “저 선생님이 느낀 수치심은 어떻게 할 거냐?(neve****)”라고 비판했다.

일부는 “미치겠다. 무식이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뭉개는 세상이 되고 있다. 왜, 다비드상 다빈치와 라파엘로도 못 가르치게 하지?? 이건 페미도 아니고 성평등도 아니고 광기고 무식이다(rev1****)”, “얼마나 멍청하면 구지가 가지고 성희롱 제기를 하냐. 저건 학부모가 세상 멍청해서 벌어진 일(ysm8****)”, “부모가 국어시간에 공부를 안 했나? 그냥 교과서에서 구지가를 빼던지. ‘훨훨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답구나.’ 이런 시조도 이제 빼라. 처용가나 사동요도 싹 빼. 미친(hips****)”이라고 다소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학교 측에 대한 비난도 일었다. “학교가 저런 거에 놀아나는 게 더 한심하다. 어느 학교냐?(ylch****)”, “교장 교감은 민원만 잠재우고 교사 보호해주는 역할은 안 하나보지?(deep****)”라고 질타했다.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역사 교육에 대한 강화를 청원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민요나 민화 역사적인 것들이 전부 성희롱의 산유물인가? 그것부터 묻고 싶다”는 내용의 청원이 게재됐다.  

반면 “성희롱인지 여부는 오직 그 자리에 있던 학생들만이 판단할 수 있다. 같은 내용이라도 객관적 설명일수 있지만 관음증을 감춘 불순한 설명일 수도. 충분히 가능하다. 대상이 여학생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학생들이 판단해야하고 그 판단이 존중받길 바란다(butj****)”, “구지가를 배울 필요가 있나?(pijo****)”, “한쪽 말만 들어서는 모르지. 좀 더 지켜봐야 할듯(umpa****)” 등 반대 의견도 있었다.

이와 관련, 시교육청은 A 교사의 감사 요청이 들어오는 대로 학교가 A 교사에게 교체 조치를 내린 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를 살펴볼 방침이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