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사회
하지만 검찰은 지난달 1심 결심공판에서 가해차량 운전자들에게 각각 금고 2년을 구형했다. 교통사고 과실치사 혐의의 형량 기준 3년에 따른 판단으로, 아이들을 숨지게 한 혐의만 인정했다. 두 엄마를 다치게 한 것에 대해선 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았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 때문이다. 교특법은 종합보험에 가입한 운전자가 사람을 치더라도 경상일 경우 형사처벌을 면제한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각각 다음달 10일과 이달 17일 이뤄진다. 두 엄마는 “차로 사람을 다치게 해도 처벌은 없이 돈으로 해결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교특법이 시행 36년 만에 폐지가 추진된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은 내년 1월 법안 발의를 목표로 교특법 폐지에 나선다.
하지만 입법 취지와 달리 가해자 보호법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교특법에 대해 “피해자 보호를 약화시킨다”는 결론을 냈다. 난폭운전, 교통법규 위반을 해 사고를 내도 ‘보험처리를 하면 끝’이라는 인명경시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교특법은 국내 교통사고가 줄지 않고 있는 원인으로도 꼽힌다. 경찰에 접수된 교통사고는 2013년 21만5354건에서 지난해 21만6335건으로 늘었다. 경찰에 접수되지 않은 보험사 접수 사고까지 더하면 같은 기간 111만9280건에서 114만3175건으로 불어났다. 부상자 수는 2013년 178만여 명에서 지난해에는 2만여 명 더 늘었다.
일부에서는 경찰의 행정처리 부담 증가, 범법자 양산 등을 우려해 교특법 폐지를 반대한다. 하지만 주 의원은 조정위원회 설치, 사고 처리 간편절차제도 도입 등 대체입법으로 이런 우려를 해결할 계획이다. 교특법이 없는 대신 벌금이 50만 엔(약 502만 원) 이하인 경미한 사고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일본의 사례가 예다.
교특법은 주 의원의 계획대로라면 2020년 8, 9월 경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 발의 후 1년여 간 해당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거치고, 본회의 통과 이후 6개월 동안의 유예기간을 거친다는 점을 감안했다. 주 의원은 “교특법은 형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 뿐 아니라 교통사고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가져오고 있다”며 “사람이 먼저인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교특법을 폐지하고 국내 실정에 맞는 대체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