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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공기업-출연기관 CEO들 ‘버티기’ 논란

입력 | 2018-07-17 03:00:00

10곳 중 9곳 전임 시장이 임명, 사의 밝힌 CEO 한 명도 없어
“시장이 바뀌었으면 그만둬야”
송철호 시장, 선별 사표수리 밝혀




울산시 산하 공기업과 출연기관의 최고경영자(CEO) 거취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임 시장에 의해 임명된 CEO들이 새 시장이 온 뒤에도 계속 근무하면서 불거진 것이다. “시장이 바뀌었으면 사퇴서를 내는 건 당연하다”는 주장에 “시장이 바뀌었다고 사퇴를 종용한다면 임기제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울산시 산하 공기업과 출연기관은 총 10개다. 이 가운데 시장이 당연직 이사장인 울산인재육성재단을 제외한 9개 기관의 CEO는 모두 전임 김기현 시장이 임명했다. 울산신용보증재단 한양현 이사장이 2015년 1월 임명된 뒤 연임에 성공했으며, 울산경제진흥원 이기원 원장은 올 2월 임명돼 6개월째 재직 중에 있다. 9명 모두 6개월∼4년여 동안 근무 중이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이들 모두 사표를 전제로 인선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시장은 2일 취임식 후 기자간담회에서 “산하 공기업과 출연기관 CEO 가운데 함께 일할 분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해 ‘선별 사표 수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6일 현재까지 사표를 낸 CEO는 한 명도 없다. 이들 기관을 관리하는 시 기획관리실은 “아직 사의를 표명한 CEO는 한 명도 없으며, 이들에게 사퇴를 종용할 법적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울산시의회에서도 시끄럽다. 더불어민주당 손종학 의원은 12일 기획조정실 업무보고 자리에서 “전임 시장이 임명한 공기업과 출연기관 CEO들은 (새 시장과) 정치 철학과 신념이 맞지 않기에 나가야 되는 것 아니냐. 감사를 통한다든지 다른 치사한 방법을 동원해야 나가느냐”고 발언했다. 이어 손 의원은 “전임 시장에 의해 임명된 분들 모두 현 시장이 지시하지 않더라도 정리를 해달라”고 기획조정실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고호근 부의장은 “‘정치 철학이 안 맞는 CEO는 나가라’는 발언은 시의회에서 발언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송 시장 측근은 “전임 시장에 의해 임명된 인사들이 아무렇지 않은 듯 신임 시장과 함께 일하는 것은 모양새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과 부산 등 대부분 자치단체에서는 산하 공기업과 출연기관 CEO들이 신임 시장 취임 이전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3선에 성공했지만, 차관급인 김준기 행정2부시장과 1급 간부 4명이 서울시 정기인사를 앞두고 지난달 말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부산시도 산하 25개 공기업과 출연기관 대표 대부분이 사표를 제출했다. 각 공기업과 출연기관 감사와 임원들도 해당 기관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공기업과 출연기관 CEO들은 전임 시장과 뜻을 같이했기에 임용된 사람들로, 시장이 바뀌면 본인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맞다. 만약 사표를 내지 않으면 지도감독을 맡은 관련 부서에서 사의 여부를 물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