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게임을 시연하는 유튜브 동영상에 푹 빠진 아이에게 잔소리를 했다. “매일 (동영상 속) 그 형처럼 게임만 하는 백수가 되고 싶니?” 눈을 동그랗게 뜬 아이가 “이 형, 백수 아니야. 유튜브 크리에이터란 말이에요”라고 반박했다. 주먹을 불끈 쥐며 “나도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될 거야”라고 덧붙였다.
▷초등생이 선망하는 직업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꼽힌다. 장난감을 리뷰하는 ‘마이린 TV’ 진행자 최린 군(12) 같은 초등생 유튜브 크리에이터도 등장했다. 궁금한 게 생기면 포털 검색이 아니라 유튜브로 바로 영상을 찾는다. 지금 초등생들은 아장아장 걷기도 전에 동영상을 보고 자란 신인류다. 10대 동영상 이용 시간은 20∼50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길다. 하지만 뇌의 발달이 아직 끝나지 않은 유아와 아동기 때 동영상을 오래 시청하면 위험하다는 경고음도 계속 울리고 있다.
▷2011년 데이비드 레비 미 워싱턴대 교수는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이를 설명했다. 온라인에 익숙해진 뇌는 튀어 오르는 팝콘처럼 즉각적인 자극에만 반응할 뿐 진짜 현실에는 무감각해진다.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학교 가기, 숙제하기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바로 앞에 있는 엄마의 화난 얼굴에서도 감정을 읽지 못해 현실 적응력이 떨어진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이런 경고는 반복되곤 했다. 1970∼1980년대 TV는 바보상자로 불렸다. TV를 끼고 살던 세대들이 지금 정보기술(IT) 혁명을 이뤄냈듯이 지금의 동영상 세대도 뭔가 대단한 혁명을 해낼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곧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한다. 사고력과 창의력, 소통 및 협업 능력이 AI와 구별되는 인간의 능력으로 중시될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깊게 생각하긴 싫어하고 남의 감정을 읽을 줄 모른 채로 자라난다면…. 팝콘 브레인이 되지 않으려면 온라인 접속을 스스로 제한하고, 그것도 힘들면 창밖을 바라보거나 친구와 전화라도 하라고 레비 교수는 조언했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