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관련 15쪽 보고서 일부에 개혁 사유중 한 사례로만 제시 송영무, 3월에 문건 전달받고도 늑장… “남북회담 등 정무적 고려” 해명
“장관은 본 문건에 대한 법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함과 동시에 문건 공개 여부에 대해선 정무적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해 4개월간 제대로 된 법리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확산되자 16일 오전 국방부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내놨다. 송 장관이 언급한 ‘정무적 고려’ 사항은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3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적 특수성을 뜻한다. 초대형 이벤트를 목전에 두고 파급력이 상당한 문건이 공개되면 회담 의미가 퇴색되거나 정치 개입 논란이 일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 문건을 전문가들에게 공개해 법리 검토를 받으면 해당 내용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는 만큼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구두로 간단히 의견을 물었다는 것이다.
이날 송 장관의 뒤늦은 설명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청와대가 송 장관의 해명 뒤 입장을 내 송 장관의 ‘부실·늑장 보고’를 정조준했기 때문이다. 송 장관이 3월 16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문건을 전달받은 뒤 한 달 반이 지난 4월 30일에야 청와대에서 열린 기무사 개혁 방안 논의 회의에서 문건에 대해 보고한 사실이 이날 추가로 드러난 것.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청와대는 당시 남북 정상회담 준비로 바빴다. 회담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곧바로 보고한 것”이라면서도 “당시 보고를 좀 더 명확하게 했더라면 논란이 없었을 것이란 아쉬움은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문건은 지방선거 이후에도 보고되지 않다가 지난달 28일에야 청와대에 제출됐다. 왜 이 시점에 뒤늦게 제출됐는지에 대해선 청와대와 국방부 모두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송 장관이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거취를 표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가 송 장관의 최초 보고를 세밀히 짚어내지 못한 데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국방부와 엇박자를 내는 모습을 보여 혼란을 키웠다는 ‘청와대 책임론’도 만만치 않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