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0.9% 인상 후폭풍]힘실리는 속도조절론
최저임금 파장 긴급점검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경제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한은에서 만나 재정과 통화정책 운용방향 등을 논의했다. 김 부총리와 이 총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상황이 쉽지 않다는 내부적 판단이 내려진 상황에서 뒤늦게 끌려가듯 공약을 수정하기보다는 미리 공약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 현장과 괴리된 정책 한계 인정
최근 수출 내수 고용의 동반 부진으로 정부가 목표로 삼은 3% 성장이 어려워지면서 정부 전반에 최저임금 속도조절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년에는 최저임금을 19.8% 인상해야 하는데 경기 악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현재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이는 불가능한 목표라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는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들이 반발에 나서며 최저임금이 ‘을(乙) 대 을’의 싸움 구도로 흐르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청와대는 공약 파기에 대한 사과의 대상을 최저임금 수혜를 볼 저소득층에 맞추면서 최저임금 인상 기조에 대해선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 병 주고 약 주는 보완책들
성난 中企… 달래는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이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박성택 중기중앙회장 등 중소기업인들과 최저임금 관련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홍 장관과 악수를 나누는 박 회장의 표정이 최저임금 인상을 바라보는 중소기업인들의 불만을 대변하는 듯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크게 받는 외식업과 편의점 가맹본부 중 6곳의 불공정 행위 조사에 착수했으며 하반기에는 200개 대형 가맹본부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7일부터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하도급업체가 대기업 등 원사업자에게 하도급 대금 증액을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의 개정 하도급법이 시행된다. 기획재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 연장 시행, 소상공인 및 영세 중소기업 카드 수수료 인하, 근로장려세제 확대 등 재정을 투입한 민심 달래기 정책을 추진 중이다.
다만 정부가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요구한 카드 수수료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침을 강조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금융사에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 특히 금융사 노조들이 카드 수수료 인하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이 ‘노노(勞勞)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 최저임금 인상보다 사회안전망 구축이 우선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속도조절이 공식화한 만큼 내년부터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전에 인상 폭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에 지나치게 매몰되다 보니 다른 복지 정책 대신 최저임금 인상에만 매달린다는 비판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경제구조를 개혁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대신에 최저임금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사회안전망 구축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로 노인이나 취약계층에 저임금 일자리를 제공하면 이들이 나중에 노동시장에서 나가야 할 때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김성규·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