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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켄드릭 라마 공연, 예습 없이 갔다간 졸다 옵니다

입력 | 2018-07-17 03:00:00

27일-30일 각각 내한공연, 망설이는 관객을 위한 조언




회사원 이서정 씨(32·여)는 이달 말 열릴 두 개의 공연을 놓고 고민 중이다.

27일 미국 포크 가수 밥 딜런(77), 30일 래퍼 켄드릭 라마(31)의 내한공연. 이 씨는 “딜런 할배는 봐줘야 할 것 같고, 라마는 또 대세 아니냐. 안 갔다가 인스타그램 게시물 보고 ‘이불킥’ 하며 후회할까 두렵다”면서도 “그런데 거금 들여 간 공연을 진짜 즐길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고 했다.

딜런과 라마는 거의 반세기 간격을 두고 각자의 장르로 세계 대중음악의 흐름을 바꾼 거장들. 그러나 두 사람 공히 영어 가사와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하면 감상의 즐거움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갈까, 말까. 간다면 어떻게 대비할까.

○ “졸 각오도 해야…” “이번엔 대형 스크린 설치”

2010년 딜런의 첫 내한무대는 악명 높았다. 2시간 동안 거의 졸다 왔다는 후기가 넘쳐난다. 어두운 조명만이 감싼 무대에서 딜런과 밴드는 원곡의 편곡과 선율을 거의 무시한 채 그들만의 ‘예술’을 하고 갔다. 달리 특별한 무대장치도 없어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김경진 대중음악평론가는 “사전 준비 없이 간다면 차라리 안 가는 게 나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정규앨범만 38장, 실황과 모음집까지 합치면 100장이 훌쩍 넘을 정도로 방대한 딜런의 디스코그래피를 벼락치기 공부할 수도 없는 노릇. 김 평론가는 “프랭크 시내트라 등 우리 귀에 비교적 익숙한 미국 고전 팝을 재해석한 ‘Shadows in the Night’ ‘Fallen Angels’ 같은 근작을 최근 공연에서 많이 부른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라면서 “스티비 원더, 에릭 클랩턴 등과 함께한 30주년 기념 공연 블루레이나 DVD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을 주최하는 ‘파파스 이엔앰’의 이재일 팀장은 “딜런 측을 어렵게 설득해 이번만큼은 공연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 “예습시간 충분” “힙합 특성상 즐길 순 있어”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라마의 서울 콘서트는 1년 전 시작한 ‘Damn’ 앨범 관련 투어의 아시아 첫 공연이다. 따라서 새로운 무대 장치를 이번에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 주최사 현대카드 측 관계자는 “아직 무대 세부사항을 협의 중이어서 가변적이다. 기본적으로는 녹음된 반주 대신 밴드가 연주하는 생동감 있는 음악이 라마의 랩을 받칠 것”이라고 했다.

가슴을 뛰게 하는 흥겨운 리듬이 있어 라마의 음악은 잘 몰라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초 라마가 힙합 음악가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만큼, 역시 가사와 의미를 알아두고 가는 게 훨씬 낫다. 이경준, 박준우 평론가는 “공연 전 예습시간으로 치면 ‘아직’ 정규앨범이 4장인 라마 쪽은 대비하기가 수월한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평론가는 “라마는 개인적·내면적 배경과 인종적·사회적 메시지를 절묘하게 결합한다. 인터넷에서 가사 번역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만큼 2, 3, 4집은 듣고 가는 게 좋다”고 했다. 박 평론가는 2017년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 강일권 ‘리드머’ 편집장은 2016년 그래미 어워즈 실황을 공연 전 보면 좋을 영상으로 꼽았다. 2016년 그래미에서 라마는 무대에 특설된 감옥을 배경으로 죄수로 분해 ‘The Blacker The Berry’ ‘Alright’를 폭발적 퍼포먼스로 선보였다.

입장권은 16일 오후 기준으로 딜런과 라마 각각 소량 남아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