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공연 ‘푸에르자 부르타’ 만든 디키 제임스
공연 개막 전 공사 현장에서 만난 연출가 디키 제임스는 “우리는 ‘전혀 다른 쇼’를 만들었다”며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힘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공연”이라고 자신했다. 솔트이노베이션 제공
―세계 각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전용 공연장을 짓나.
“항상은 아니지만 우리 쇼의 특성상 적합한 공연장을 찾기가 힘들어 직접 짓는 편이다. 공연장들은 대부분 한쪽은 무대, 한쪽은 객석인 천편일률적 설계를 갖고 있지 않나. 마치 영화를 보듯 앉아서 관람하는, ‘한 가지 공연’만 가능한 공연장은 연출자의 상상력과 자유를 제약한다.”
―기존 무대에 대한 통념을 깬 공연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푸에르자 부르타’ 공연은 배우들이 객석 한복판을 가로지르거나 천장의 수조에서 유영하는 등 무대의 경계를 허문다. 솔트이노베이션 제공
‘푸에르자 부르타’(푸에르사 브루타)는 스페인어로 ‘거친 날것의 힘’이란 뜻. 그는 “우리 공연은 생각이나 지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며 “언어로 이름 붙일 수 없는, 날것의 생생한 에너지를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공연은 일체의 대사 없이 아프리카 토속 음악부터 테크노 등 다양한 음악과 현란한 퍼포먼스만으로 구성된다.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만 9년간 90만 명이 봤다. 세계적인 성공 비결은 뭔가.
“모두를 위한 쇼이기 때문 아닐까. 아르헨티나에는 공연장 티켓은 엄두도 못 낼 만큼 가난한 이들이 많다. 셰익스피어는커녕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공연을 처음 떠올렸을 때 부자든 가난하든, 지적이든 아니든 모두가 함께 즐기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보편적인 언어’를 찾은 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구체적으로 한국 관객이 어떤 경험을 갖길 바라나.
“우리 공연에서는 모든 사람의 눈이 ‘카메라’다. 그들이 움직이는 건 무빙 카메라가 움직이는 것과 같다. 모든 장면이 교차 편집되듯, 관객의 시선에 따라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누구나 일상과 싸울 힘이 필요하지 않나. 공연을 즐긴 뒤 그 무엇이라도 뚫고 나갈 수 있다는 의지와 기어코 하고 싶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다시 세상에 나가 싸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0월 7일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FB씨어터, 9만9000∼13만2000원.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